[젊어지는 이야기] 항노화의 비결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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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영양팀장·항노화의학회 식품영양이사

적게 먹어야 장수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장수 지역을 흔히 ‘블루존(blue zone)’이라 한다. 이는 세계 장수 마을을 연구한 댄 뷰트너 박사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그는 5개국(이탈리아 사르데냐, 그리스 이카리아, 일본 오키나와, 미국 로마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을 블루존으로 지목하고 장수하는 사람들의 특정 생활 습관을 소개했는데 이 중 ‘80%만 먹기’가 있다. 실제 오키나와에는 ‘하라하치부’란 식습관이 있는데 이는 배를 80%만 채운다는 뜻이다.

칼로리 제한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최초의 과학적 보고는 1935년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클라이브 맥케이 박사의 연구다. 그는 열량 섭취를 평소의 65%로 제한한 쥐는 평균 48개월을 산 반면 먹고 싶은 대로 먹은 쥐는 30개월밖에 살지 못해 ‘섭취 열량을 줄이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연구에서 칼로리 제한이 평균 30~40%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1987년부터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25년간 실시한 연구에서는 칼로리 제한이 건강에 유익하기는 하지만 평균 수명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반면 위스콘신대학에서 1989년부터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실시한 연구에서는 칼로리를 제한한 원숭이들의 경우 노화로 사망할 확률이 36.4%에 불과했으며, 암·심장질환·당뇨병 등에 걸릴 위험도도 낮게 나타났다. 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까? 두 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실험 원숭이들의 연령대, 식단, 성별 등이 달랐으며 이를 종합해 ‘칼로리를 제한하면 붉은털원숭이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식은 단순히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섭취 열량을 줄이는 것이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 칼로리는 남성의 경우 2200~2600kcal, 여성의 경우 1700~2000kcal이고 키, 연령, 체중, 신체활동 수준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소식을 하려면 하루 권장량의 70~80%가 적당하다. 칼로리를 제한하더라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또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더라도 콩, 두부, 견과류 등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 칼로리를 갑자기 줄여서도 안 된다. 기초대사량과 근육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살찌기 쉬운 몸이 될 수 있으므로 4~6주간에 걸쳐 서서히 줄이는 게 좋다. 성장기 청소년들과 빈혈, 골다공증, 암 등 질병이 있으면 소식보다는 필요한 식단을 선택해야 한다.

끝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건강한 항노화를 위한 동의보감의 5가지 건강 습관을 소개한다. 첫째, 소노다소(少怒多笑)-화는 적게 내고 자주 웃어라. 둘째, 소번다면(少煩多眠)-걱정은 줄이고 잠을 많이 자라. 셋째, 소욕다시(少慾多施)-욕심을 적게 하고 많이 베풀라. 넷째, 소승다보(少乘多步)-탈 것을 멀리하고 많이 걸으라. 다섯째, 소식다작(少食多嚼)-음식은 적게 먹되 오래 씹어 삼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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