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늘어 다행” 환영 목소리 속 “노사 합의 없는 일방 결정” 노조 불만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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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첫날

오전 9시 문 열기 전부터 발길
우려와 달리 고객 혼란은 없어
금융노조는 법적 대응 예고

코로나19로 단축 운영됐던 은행 영업시간이 원상 복구된 30일 부산 동구의 한 은행 입구에 영업시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로 단축 운영됐던 은행 영업시간이 원상 복구된 30일 부산 동구의 한 은행 입구에 영업시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출근 전 은행 업무를 보고 갈 수 있게 돼 확실히 여유가 생긴 느낌이네요.”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된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 씨는 환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는 문이 열리자마자 창구가 고객들로 꽉 차기도 했다. 영업점이 30분 일찍 개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개점 전부터 일찍 방문한 고객들이었다. 인근 전통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60대 B 씨는 “9시부터 은행을 연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서둘렀다”면서 “특히 월요일엔 사람이 몰리는데 그나마 영업시간이 늘어서 이렇게나마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1년 6개월여 만에 은행이 오전 9시에 일제히 문을 열면서 고객들은 한목소리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이날부터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3시 30분까지였던 단축 영업을 끝냈다. 일각에선 갑작스러운 영업시간 확대에 더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반발하면서 직원이나 고객 혼란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큰 차질 없이 첫날 운영이 마무리됐다.

은행 영업시간이 기존보다 1시간 줄어든 것은 2021년 7월 12일부터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금융 노사는 같은 달 23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한시적으로 합의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금융 노사(금융노조-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참여한 중앙노사위원회가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상 사적 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의결하면서 영업시간 단축은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2022년 산별 교섭에서 노사는 다시 이 문제를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일정이 발표된 이후에도 진척이 없자 금융 사용자 측은 노조의 완벽한 동의가 없더라도 영업시간을 일단 정상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측은 최근 외부 법률 자문까지 거쳐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뒤라면 노사 합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얻은 상태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이날부터 시행된 은행권 영업시간 정상화를 두고 사측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30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측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반 영업하는 절충안과 함께 고객 편의와 접근성을 확대하는 ‘9 TO 6’(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는 영업점) 점포의 확대, 점포 입지에 따른 은행별·점포별 자율적인 영업시간 설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사 측은 노 측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2021년 노사 협의로 운영시간을 단축할 당시 재조정 문제도 노사가 함께 정하기로 했지만, 협의에 진척이 없는 틈을 타 사 측이 일방적인 통보로 노사 합의를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또는 대표를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권리 침해 사실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는 대로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노조 주장에 금융당국은 부정적이다. 앞서 지난 2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로 줄어든 영업시간 제한을 지금 정상화하는 것에 대해 노조가 혹여나 다른 이유로 반대를 하는 것이라면 국민 대다수가 그걸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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