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한파에 무너지는 부산 자영업자…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역대 최대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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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급액 508억 넘어서
코로나 전 2019년보다 67%↑

사진은 부산 서면의 상가 거리. 부산일보DB 사진은 부산 서면의 상가 거리. 부산일보DB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3고(高) 현상 탓에 부산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제도인 ‘노란우산’의 부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이 지난해 역대 최대를 돌파했다.

30일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의 부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508억 원을 넘어섰다. ‘노란우산’ 제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이 매달 5만~100만 원의 부금을 내면 폐업 때 폐업 공제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연금으로 불린다. 소상공인이 폐업을 신고하면 폐업 공제금을 받을 수 있고, 중간에 해약도 가능해서 간접적으로 전체 소상공인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특히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 폐업으로 인해 공제금을 지급한 건수는 약 30% 증가했고, 지급 금액은 67% 늘어났다.



공제금을 지급한 건수는 2021년 4888건에서 2022년 4880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지급액은 2021년 470억 2000만 원에서 2022년 508억 6000만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급 건수가 줄었지만 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오랫동안 ‘노란우산’ 가입을 유지한 소상공인이 폐업하고 공제금을 받아 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 때 최대한 버티다가 지난해 고금리로 대출이 힘들어지고 고물가에 사업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폐업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노란우산’ 가입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노란우산공제 대출’ 역시 2022년 대출 건수 2만 841건, 대출 잔액 1535억 원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 '노란우산' 정상 납부자에게만 임의 해약환급금의 90% 이내에서 대출해 주는 제도다. 올해 1분기 기준 3.8%의 대출금리를 제공, 시중 은행에 비해 낮은 이자여서 소상공인의 대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 ‘노란우산’을 해약하는 사례 역시 급증하고 있다. 2022년 2564건이 해지됐고, 지급 금액은 152억 원이었다. 2021년 91억 원(1612건)을 지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6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21년 사이에는 ‘노란우산’ 해약 건수와 지급 금액이 오히려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팬데믹을 잘 버틴 소상공인이 고금리와 고물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부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1.1%였다.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감소했다.

또 2022년 전체 자영업자 중 고용원(직원)이 없는 사업자의 비율은 76.6%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 직원이 있는 사업자 비율은 23.4%로 역시 10년 사이에 가장 낮았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경직 때문에 직원을 두지 않고 홀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증가한 셈이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회장은 “지난해 3고 현상으로 부산 지역 소상공인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올해도 금리 인상이나 최저임금 상승, 전기요금 상승이 이어진다면 수많은 소상공인이 벼랑 끝에 몰릴 상황”이라면서 “대출 만기와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고 부산시가 이자 이차보전율을 지금보다 1%P(포인트) 높이는 등 신속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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