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저장 기한 명시”… TK신공항법은 “지켜보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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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부산 의원들 긴급 간담회

현안 부상 후 첫 공식 의견 표명
“핵폐기물 정확한 정보 전달 필요”
“가덕신공항, TK보다 우선돼야”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개최한 오찬 회동에서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원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개최한 오찬 회동에서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원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30일 ‘발등의 불’로 떨어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TK신공항법)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문제에 모처럼 목소리를 냈다. 두 사안이 지난해 말 지역 현안으로 급부상한 이후 처음 공식적인 의견 표명을 한 것이다. 부산 의원들은 고리 등 원전 부지 지상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이 가능토록 하는 고준위 특별법에 대해서는 ‘임시저장시설의 영구화’ 저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고, 가덕신공항을 넘어서겠다는 의도가 명확한 TK신공항법에 대해서는 ‘중추공항’ 지위 등 ‘독소 조항’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당장 반대 행동에 나서지 않고 국회 논의를 지켜 보기로 했다.


■임시저장 ‘불가피’…“영구화 저지”

부산 여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가진 긴급 현안 간담회에서 고준위 특별법 대응 방안과 관련, 법안 처리 시 건립이 가능해지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처분시설로 바뀌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논의 내용을 브리핑한 정동만(부산 기장) 의원은 “특별법에 ‘부지 내 영구 저장을 금지하겠다’는 조항을 삽입할 수 있도록 산업자원부 등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31년 기존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상황에서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는 불가피하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산자위 소속인 박수영(남갑) 의원도 전날 “영구처분장 건설에 37년이 걸리는데, 원전이 아니면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다 넣겠느냐”며 “당론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 우려가 집중되는 ‘영구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결과로 보인다. 영구화 저지는 임시저장시설 사용 기한을 명기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사회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임시저장시설을 원전 부지 지상에 짓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부산 여당 의원들의 입장은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발언보다 후퇴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부산을 방문해 ‘시민 수용성’을 강조하면서 “당 대표가 되면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을 막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설정한 영구처분시설 설치 시점인 2060년까지 임시저장시설이 운용된다고 가정하면, 법 규정 하나로 영구화 가능성이 100% 차단된다고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부산 의원들은 임시저장시설의 안전성 우려가 다소 과도하다는 시각도 보였다. 정 의원은 “건식저장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눴다”고 말했다.


■“TK신공항법 문제 있지만 지켜보자”

부산 의원들은 TK신공항법에 대해서는 가덕신공항의 우월적 지위를 강조했다. 가덕신공항은 2021년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제정돼 현재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있고 출발부터 동남권 관문공항 지위를 전제한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대구 군공항 이전을 목표로 시작된 TK신공항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취지다. 부산 의원들은 “수요나 국가 재정 사용을 두고 양 공항이 상충할 때에는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 의원들은 TK신공항법의 ‘중추공항’ 지위, 활주로 최대용량 확보 등 가덕신공항을 뛰어넘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이른바 ‘독소 조항’ 수정에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주환(연제) 의원은 “현재로는 부산 의원 차원에서 TK신공항법에 반대 입장을 낼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굳이 반대에 나서 지역 갈등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TK 정치권이 특별법을 2월 내에 처리하겠다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가 두 공항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 된다면 TK신공항법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역 간 감정싸움을 야기하는 건 그 어느 곳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0조 원 이상이 소요되는 공항 건설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당연히 국비 배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가덕신공항의 2030년 이전 건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역 내 우려를 불필요한 ‘갈등 조장’으로 보는 시각이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김해국제공항의 5분의 1 수준인 TK신공항을 가덕신공항보다 더 크게 짓자는 TK 지역 행태야말로 갈등 조장 아니냐”며 “이를 지역 간 감정싸움으로 보는 건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도 가덕신공항 추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 전진영 정무기획보좌관은 “TK신공항은 민간공항 건설 절차 이행과 함께 군공항 이전을 위한 절차 진행에 소요되는 기간까지 더하면 가덕신공항보다 먼저 착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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