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AI’된 전설의 용병…“한계에 도전하고 싶었죠”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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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이’ 김현주
로봇 연기에 거친 액션 소화
“참고자료 없어 상상하며 연기”
출연작 중 가장 대사 적은 역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배우 김현주에게 넷플릭스 영화 ‘정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데뷔 26년 만에 뛰어든 첫 SF(공상과학) 장르인 데다 로봇 연기에 거친 액션까지 소화해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주는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혼자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주가 나선 이 작품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최고의 전투 AI(인공지능)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현주는 전설적인 용병 '정이'를 연기했다. 연구원들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고 멈추는 걸 반복하는 캐릭터다. 일반적인 로봇과 다른 점을 꼽자면 인간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감정도 있다. 김현주는 “부자연스러운데 부자연스러워 보이면 안 된다는 게 첫 번째 숙제였다”며 “참고 자료가 없어 최대한 상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스틸 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스틸 컷. 넷플릭스

작품 속 액션 연기가 눈에 띈다. 전설적인 용병답게 날렵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 멜로 드라마에서 차분하고 짙은 감정 연기를 보여준 것과는 다른 면모다. 그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대사가 가장 적다”며 “용병 정이를 연기하기 위해 액션을, AI로 부활한 정이를 연기하기 위해선 로봇에 담긴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는 “액션 스쿨에 가니까 안면 있는 감독님들이 ‘나이 먹고 왜 왔냐’고 놀라워하셨다”며 웃었다. “젊었을 때 액션 연기를 했다면 발차기를 더 멋있게 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고요.”

이 작품은 정이 역의 김현주와 AI 정이를 연구하는 정이의 딸 ‘서현’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배우 강수연이 서현을 연기했는데, 그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면서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김현주는 “강수연 선배는 나의 상상 속에 존재하던 전설적인 인물”이라며 “우연히 지나쳐서 볼 수도 없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했다. 그는 “선배가 정이 완성본을 정말 궁금해했다”며 “강수연 선배와 함께한 작품이라 그런지 더 애틋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속 고 배우 강수연의 모습.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정이’ 속 고 배우 강수연의 모습. 넷플릭스

김현주는 고 강수연을 ‘진짜 영화배우’로 기억했다. 현장에선 선배나 어른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동료로서 조화를 위해 힘썼고, 완성본 속 그의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와서다. 김현주는 “서현이 정이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장면을 찍을 때 강 선배가 ‘자꾸 너만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해’라고 하셨다”면서 “나 역시 눈물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도전을 일깨워준 연상호 감독님, 강수연 선배와 함께한 작품이라 너무 소중한 작품”이라고 했다.

배우 김현주가 무게감 있는 장르물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넷플릭스 배우 김현주가 무게감 있는 장르물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넷플릭스

김현주는 최근 연기 변주를 계속하고 있다. 2019년 드라마 ‘왓쳐’를 기점으로 ‘언더커버’ ‘트롤리’까지 무게감 있는 장르물에 연이어 출연하며 장르의 폭을 넓히는 중이다. 김현주는 “변하고 싶은 욕구는 계속 있었다”고 했다.

달라진 마음가짐과 작품을 바라보는 눈도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었단다. 김현주는 “난 실패를 두려워했던 사람이었다”며 “도전이나 새로운 것에 염려와 불안감을 느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왓쳐’와 ‘지옥’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다 잘하지 않고 실패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잖아요. 실패해도 한참 뒤에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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