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지원 없고, 공모 조건 까다로운데… 해상택시 띄우자고?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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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4~20인승 택시부터 추진
설명회 열고 내달 사업자 접수
친환경 선박만 운영 ‘비현실적’
업체 “전형적인 탁상행정” 반발
수륙양용버스 사업도 연말로 연기

부산수륙양용 버스가 해운대구 수영강변계류장(센텀마리나파크) 옆 정거장에서 출발하는 조감도. 업체 제공 부산수륙양용 버스가 해운대구 수영강변계류장(센텀마리나파크) 옆 정거장에서 출발하는 조감도. 업체 제공

부산시가 최근 해상택시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민간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시는 해상택시가 관광 활성화와 부산의 고질적인 교통 대란 감소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정작 설명회에 참여한 업체들은 일부 공모 조건에 대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한다. 해상택시는 물론 앞서 추진 중인 해상수륙양용 관광버스 역시 사업에 차질을 빚어 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는 시에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다음 달 16~17일 이틀간 해상택시 사업계획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시는 해상택시를 4~20인승으로 규정하고 사업자가 환경친화적 선박을 2대 이상 운영하도록 했다. 운항 노선은 사업자가 원도심 권역(자갈치, 영도, 송도 등)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해상택시는 부산의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2005년 시의 ‘해안관광개발 타당성 조사’에 포함되면서 처음으로 계획됐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2020년 ‘해상관광 교통수단 도입 타당성 조사 및 실행계획 수립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 용역에서 해상택시, 해상버스, 해상수륙양용 관광버스 등 그동안 각자 추진되던 해양 교통수단의 전반적인 운영 계획이 제시됐다.

우선, 시는 100인승 이상의 해상버스보다 규모가 작은 해상택시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해상택시 도입 방침을 결정하고, 같은 해 12월에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해경 등과 실무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13일 민간사업자 의향서를 받고, 18일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시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업체 4곳이 참여했다. 시는 관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동부산 권역보다 동서 균형 발전 차원에서 원도심에서 해상택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다음 달 사업계획서가 들어오면 시는 오는 4월 선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자는 협약을 거쳐 18개월 안에 운항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가 한 곳이거나 없을 경우 유찰돼 재공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업체들은 공모 조건이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반발한다. 시 차원의 행정적인 지원이 일체 없고, 환경친화적 선박만 운영이 가능하다는 조건 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A 업체 관계자는 “환경친화적 선박 중 전기보트의 경우 현재 기술력으로는 1시간 운항하기 위해 10시간을 충전해야 한다”면서 “대당 수억 원이 들어가고, 계류장에도 억~10억 원 정도 투입된다. 이 모든 걸 사업자가 부담하려면 선박 규모가 최소 40인승 정도는 돼야 사업성이 나온다”고 밝혔다. B 업체 관계자는 “현재 환경친화적 선박은 시험 테스트 수준이어서 상용화되려면 아직 멀었고, 작은 선박에는 매연저감장치 등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노선 역시 사업자들이 직접 운항하길 원하는 구역을 돌아다녀 보고 코스를 짜야 하는 데 다음 달까지 제대로 된 계획서를 만들기는 무리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자가 직접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공고 조건이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시는 뒤늦게 해당 부분을 수정했다. 시는 지난달 20일 이와 같은 조건을 제외하는 변경 공고를 냈다. 시 관계자는 “2020년 용역에선 4~8인승 규모면 수익이 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사업자를 위해 20인승까지 늘린 것”이라면서 “해상택시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선박을 운영하는 기조에 맞춰 환경친화적 선박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2021년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친 수륙양용 관광버스도 현재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관련 사업자가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계류장 등 기반 시설 조성도 지연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수륙양용 관광버스 사업자는 올해 말로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철우 영산대 해양레저학과 교수는 “시가 공고 전에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반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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