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베이징의 영광, 다시 한번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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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이프부 기자

‘야구 월드컵’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다음 달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1라운드 4경기를 치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한다. 대표팀 선수와 코치진은 이달 중순 미국 애리조나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한다.

‘4강 진출’이라는 선명한 목표와 달리 대표팀의 분위기는 훈련 시작 전부터 어수선하다. 전 야구 국가대표 출신 추신수의 대표팀 선수 차출 관련 발언 때문이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발언의 여파는 컸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대표팀은 원해서 가는 곳이 아니다. 뽑히는 곳이다. 세대교체를 위해 인위적 발탁은 안 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인식 전 WBC 국가대표팀 감독도 “WBC는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쌓는 대회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전현직 국가대표들의 의견 충돌은 분명 유쾌하지 않다.

현재 한국 야구 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떨어져 있다. 2017년 WBC 대회 조별 예선 탈락에 이어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노메달에 그쳤다. 끊이지 않고 나오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잇따른 학교 폭력 논란 역시 팬들의 실망을 부채질했다. 팬들은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또다시 분노했다.

무너진 팬들의 기대감은 관중 수 감소로 나타났다. 한국야구위원회는 관중 800만 명 회복 대신 600만 명 붕괴(2022년 607만 명)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 관중 수는 2017년 최다 기록(840만 명)을 세운 뒤 내리막이다. 관중 수 감소는 한국 야구의 쇠퇴를 초래할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번 WBC는 침체한 한국 프로야구 인기를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국민들은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만든 기적을 야구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야구 대표팀은 이미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 경험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다. 당시 야구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일본도 쿠바도 적수가 아니었다. 2023 WBC 대표팀 이강철호의 목표는 선명하다. 베이징 때 쌓은 승리 DNA를 15년 만에 되살리는 것이다.

야구에는 어느 종목보다 열정이 느껴지는 명언이 많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9회 말 2아웃, 패배까지 1아웃만을 남겨둔 위기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엔 ‘역전 끝내기 홈런’이 절실하다. 관중 없는 프로 스포츠는 생명력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2023 WBC는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기회다. 또 한 번의 ‘베이징 기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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