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향한 법정 투쟁 30년['방치된 비극' 우키시마호]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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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생존자·유족 ‘손배소’
2004년 도쿄최고재판소 기각
한국도 2020년 헌법소원 각하
지난해 말 다시 헌법소원 청구

1954년 10월 인양된 우키시마호. 선체 곳곳이 유골로 뒤덮여 있다. 마이즈루모임 제공 1954년 10월 인양된 우키시마호. 선체 곳곳이 유골로 뒤덮여 있다. 마이즈루모임 제공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법적 분쟁은 3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소송의 시작은 1992년이다. 당시 우키시마호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 등 8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교토지방법원에 28억 엔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에 장장 10년 세월이 걸렸다. 2001년 교토지방법원은 생존자에 한해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쪽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본의 안전 배려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우키시마호 승선과 피해가 확인된 원고 15명에게 300만 엔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2003년 오사카고등법원 재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우키시마호로 한국인을 수송한 것은 치안상의 이유에 의한 군사적 조처”라며 “당시의 법 질서 아래서 정부는 피해자에게 민법상 불법 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 최종심이 확정된 건 2004년. 당시 일본 도쿄최고재판소는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족이 낸 상고심 소송을 끝내 기각했다. 12년 동안 진행됐던 소송이 우키시마호 희생자 측의 패소로 끝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 정부에 안전 수송의 의무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혀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진실 규명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16년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2020년이다. 국내 한 시민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해결을 촉구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다. 같은 해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청원 사이트를 만들고 ‘글로벌 배심원’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2020년 제기된 헌법소원 청구는 각하됐지만, 지난해 12월 우키시마호 사건 희생자 유족 등은 헌법소원을 재청구했다. 정부와 국회에도 일본에 있는 희생자 유해 반환과 일본 배상 요구 결의안 통과를 요구하면서 ‘끝나지 않은 싸움’임을 알렸다.

올해는 강제징용 피해 사실만 인정받으면 정부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 절차도 탄력을 받고 있다. 더불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오는 21일부터 3일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20시간 릴레이 토론회’를 개최한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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