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영어식 표기 축약어 사용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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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현·부산 송정파출소 팀장

 RE100(재생에너지100), 코워킹 스페이스(공유업무공간), RPA(업무처리자동화), TF(전담부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무수히 많은 영어합성 신조어, 축약어가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정책명 중에 ‘QbD 제도’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걷기 좋은 천리길’이라고 한다. ‘친환경 화단조성사업’을 ‘에코 스페이스’라고 이름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무슨 암호를 만들어 내듯이 새로운 신조어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경제용어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는 음절만 보면 한글 표기가 더 길지만 영문의 ‘ABCP’보다 훨씬 인식이 빠르고 혼동할 염려도 없다.

 심지어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써야할 공문서 조차도 영문조합 내지는 축약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 등 공공단체조차 “글로벌 시대에 사업명을 영어로 해야 있어 보이고 폼이 나지 않느냐”며 앞다퉈 영어를 섞은 신조어, 축약어가 유행처럼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식화 되지도 않은 이러한 암호수준의 신조어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무식한 사람취급 받을까봐 열심히 암기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적절한 한글식 표기가 없어서 신조어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단어를 억지로 끌어와 합성하고 축약시킨 정책명, 사업명, 전문용어 등의 남용은 우리말 경시풍조 내지는 언어 사대주의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는 국민들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잊혀지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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