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한 수식 필요 없이 ‘사랑’은 그냥 ‘사랑’으로 족하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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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연애소설집 <사과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출간

<사과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작가마을 제공 <사과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작가마을 제공

60대 중반의 박명호 소설가가 연애소설집 <사과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작가마을)를 냈다. 그는 멋진 연애론 혹은 사랑론을 펼치는 대신 통속까지 넘보는 단편 5편을 그냥 읽어보라고 권한다. ‘만주리행’ ‘돼지사냥꾼’ ‘바람을 위한 서시’ 등이 그것이다.

그는 “사랑은 구구한 수식이 필요 없다. ‘사랑’이면 그냥 ‘사랑’으로 족하다”고 말한다. 그 말의 뜻을 가장 많이 드러낸 작품이 ‘처용가’다. 오쟁이 진 신라 남자 처용의 설화를 가져오는데 작가가 보기에 처용은 불륜이니 하는 것을 넘어서 아내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여 되레 ‘빼앗긴 사랑을 멋있게 되찾는 재치’를 발휘한 남자라는 것이다. ‘사랑을 그냥 사랑’으로 받아들여 신화에 이름을 남겼다는 것이다. 처용의 춤은 ‘사랑은 나눈다고 해서 결코 소비되고 마모되는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커지고 온전해진다는 것’을 일깨우는 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이면 그냥 사랑’이라는 것은 아주 위험한(?) 소리이기도 하다.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가 작가의 심중에 들어 있는 이야기 같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사랑일까. ‘사랑이면 그냥 사랑’이라는 건 지나친 단순화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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