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연임 불가… 현 정부 첫 금융 수장 인사 마무리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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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농협·BNK·우리 CEO 모두 교체
정부,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주문 영향
3연임 중 윤종규 KB 회장도 물러날 듯
잇단 관료 출신 회장 선임, 논란 지속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권 수장 인사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을 필두로 BNK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교체됐다.

금융권에서는 ‘셀프 연임 불가’가 코드로 급부상했다. 통상 금융지주 CEO가 우호 세력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임기를 최소 두 번에서, 많게는 세 번 이상 연장하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의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직접 주문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선임되는 것을 끝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대대적인 물갈이는 신한금융에서 시작됐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의 최종면접 자리에서 돌연 ‘용퇴’ 의사를 밝혔다. 기정사실로 여겨지던 조 전 회장의 3연임이 좌절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른바 ‘세대교체’ 압박 영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후 신한금융은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같은 달 12일에는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NH농협금융 역시 손병환 당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만큼 금융권의 충격은 상당했다.

지난달 부산의 대표 지역금고인 BNK금융 회장에는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내정됐다. 전임 김지완 회장이 자녀와 관련한 의혹이 정치권 등에서 불거지며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여파다.

이달 3일 발표된 우리금융 차기 회장 발표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금융당국 수장이 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에 잇따라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결국 손 회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첫 회동을 앞두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내·외부 간 치열한 경쟁 끝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선임됐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임기 만료가 닥친 3곳의 회장은 모두 교체됐다. 3연임 중인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이 같은 세대교체 바람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2년가량 남은 상태다.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반대로 사실상 ‘관치’를 행사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관치금융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 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도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연임 도전 포기를 밝힌 뒤에도 개입은 계속됐다. 회장 후보자 최종후보자명단이 일주일 만에 결정된 것을 두고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며 민간 금융사 인사에 거침없이 개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둔 브리핑에서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제를 확대해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민간기업 인사나 경영에 개입할 경우 ‘관치 논란’을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상당한 금융지주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지나친 개입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다만 NH농협금융에 이어 우리금융에도 관료 출신 인물이 내려온 것을 볼 때 앞으로 정부의 관치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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