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학생 과밀 신도시 땅장사… 학교 신축 급제동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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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이전 예정인 기장 정관 부지
매입 이자 10여 년치 45억 부과
상위법 ‘학교용지 무상’ 개정 불구
내부지침 적용 향후 공식화 표명
신도시 새 학교 잇단 어깃장 우려

사진은 정관신도시 전경. 부산일보DB 사진은 정관신도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지역 신도시 학교 신축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신들이 조성한 택지 내 학교 용지를 매각할 때 이자 수십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LH의 ‘땅장사’에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기장군 정관신도시 등 LH 조성 택지 내 학교 5곳의 신축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부산시교육청과 LH 등에 따르면 LH는 기장 정관신도시 택지 내 학교 용지(정관4고)를 매입하려는 A여고에 2010년부터 매입 시점까지 민법상 연이자 5%를 가산해 45억 원가량의 용지 매입 이자를 지불할 것을 최근 요구했다. A여고는 지난해 11월 시교육청의 특성화고 이전 사업에 따라 현재 연제구 거제동에서 기장군 정관신도시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LH는 이자 징수의 근거로 국토부 택지개발 업무지침을 들고 있다. 지침 8항은 강제 규정이 아닌 임의 규정으로 ‘택지개발 사업 준공 후 2년이 경과한 경우에 2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계약 체결일까지 민법상 이자를 가산해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LH는 정관신도시 준공년도인 2008년을 기준으로 준공 후 15년이 지난 만큼 학교 용지를 매입할 때 이자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LH가 신도시 학교 용지에 이자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부산지역 내 신도시 학교 예정부지도 ‘이자 폭탄’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학교 용지에 이자가 부과될 경우 학교 설립 비용이 대폭 증가하게 돼 학교 설립 절차인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통과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신축이 예정된 용지는 A여고 이전 용지를 제외하고도 정관신도시 정관2중과 명지국제신도시 명지3중, 명지1고, 명지2고 4곳이다. 4곳 모두 기장, 명지 신도시 일대 학교 부족으로 학생 과밀이 심각한 곳이다. 이들 용지에 이자가 부과될 경우 용지 이자로만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4월 정관신도시 정관2중의 경우 시교육청이 교육부에 학교 신축 심사를 신청할 예정인데 설립 비용 증가로 학교 설립 자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LH 논리대로라면 택지 준공 후 이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를 준공 2년 안에 지어야 한다는 것인데, 도시 조성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조성되는 학교 특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LH의 국토부 규정 해석은 현행법 취지와 배치된다. 현행법인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은 ‘학교 부지를 택지 조성자가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2010년 개정됐다. 택지 내 학교 설립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취지다. LH는 정관신도시, 명지국제신도시 1단계 모두 개발 계획 승인 당시인 2010년 이전 법 적용 대상 지역으로, 이자 징수가 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위 개념인 국토부 지침을 상위 개념인 현행법 취지와는 반대로 임의 해석하는 것은 규정 적용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LH는 2008년 정관신도시 준공 이후 지어진 14곳의 학교 중 용지 계약 과정에서 이자를 부과한 곳이 없어 ‘오락가락 행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LH 관계자는 “같은 택지 내에서 이자를 받지 않은 사례는 잘 알고 있다”며 “이번 A여고의 경우와 향후 지어질 택지 내 학교 부지 모두 이자를 내야 부지 매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LH의 공식 답변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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