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국내 외환시장, 외국 금융기관 참여 허용(종합)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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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0년 넘게 유지돼 온 한국 외환시장 구조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당한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정부는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빗장을 풀고, 개장 시간도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오전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7일 밝혔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면서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달러·유로·엔 등 세계 주요 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법적 지위와 관련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데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거래시간도 한정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가 모두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딛고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은행, 종합금융사(종금), 투자매매·중개업 등 현재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가 가능한 외국환업무 취급기관과 동일한 유형의 외국 금융기관이 대상이다.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 목적의 금융기관은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시장 개장 시간도 늘린다. 정부는 국내 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을 한국 시각으로 런던 금융시장이 마치는 오전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이던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이 10시간 30분 더 늘어나는 것이다.

매매기준율은 현재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기준으로 산출한다. 전체 시장평균환율 등은 시장의 자율 협의를 거쳐 제공한다. 정부는 은행권의 준비 상황,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며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추후 24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선진국 수준의 시장 인프라도 구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외국 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장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참여토록 하고 단순 투기목적 기관의 참여는 불허하는 방식이다. 또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반드시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경유해 거래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시장 관리 기능을 유지키로 했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시행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정부는 앞으로 공론화와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칠 계획이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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