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튀르키예 강진, 전쟁 멈추고 인류애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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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수습에 국제사회 인도적 지원 절실
국내 지진 우려 지대 원전 안전대책 필요

강진 발생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의 무너진 건물 잔해 부근에서 피해 주민들이 울부짖고 있다. 연합뉴스 강진 발생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의 무너진 건물 잔해 부근에서 피해 주민들이 울부짖고 있다. 연합뉴스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의 사망자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4300명을 넘기고 부상자도 2만 명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엄청난 인명 피해가 생긴 가운데 파손·붕괴된 건물이 수천 동이나 되고 매몰자도 많은 상태다.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TV 화면에 비친 폭삭 무너진 아파트 등 피해 지역의 참상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피해가 넓은 지역에 걸쳐 대규모로 일어나면서 수색·구조 인력과 장비, 의료 물품이 많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구조대원들의 호소다. 최악의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국제사회의 인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튀르키예는 자국 능력으로 감당 못할 만큼 피해가 크고 추위와 악천후에 갈 곳 없는 이재민이 늘자 재난 경보를 국제사회에 구호의 손길을 요청하는 최고 단계인 4단계로 높여 발령했다. 유엔이 즉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고 미국과 유럽 각국의 구호 지원 약속이 쇄도해 고무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단절됐던 지구촌이 튀르키예·시리아의 재난 조기 수습을 위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가 앙숙 관계인 튀르키예로 인력과 장비를 보내기로 했으며 이스라엘도 적대국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은 인류애 실천에 귀감이 될 것이다.

나아가 1년 가까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격전을 잠시 멈추고 국제적 구호 활동에 동참한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양국이 휴전을 통해 튀르키예·시리아 지원에 뜻을 함께한다면 참혹함과 난민 양산뿐인 전쟁을 끝내는 기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도 다툼을 접고 지진 피해국 지원방안을 논의하며 G2 국가에 걸맞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가 110여 명 규모의 긴급구호대를 급파하기로 결정한 건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때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내 준 형제국가여서다. 튀르키예를 더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 게 우리의 국제 위상과 역량 강화에 보탬이 될 것이다.

정부가 튀르키예 대지진을 계기로 국내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9일 내륙 한가운데인 충북 괴산에서 발생한 규모 4.1의 지진이 이를 증명한다. 지진 전문가들은 ‘불의 고리’로 불리며 지진·화산 활동이 빈번한 환태평양조산대의 간접 영향권에 한국이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경북 경주에서 부산에 이르는 양산단층은 큰 지진의 가능성이 높은 거대 활성단층으로 확인된 바 있다. 양산단층 위에 원전들이 밀집한 데다 원전 내 핵폐기물 저장시설 설치가 추진되고 있어 국가적인 지진 안전대책과 함께 저장시설 설치 계획의 철회가 요구된다. 원전과 핵폐기물 저장시설의 지진 재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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