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의 인사이트] 다이내믹 후쿠오카!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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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규슈 해외 관광객 본격 회복 추세
청년 인구, 취업자 수 매년 증가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이 강점
텐진 빅뱅 등 도심 재개발 한창
부산 도시 경쟁력은 여전히 의문
34년째 인구 감소 부산 변해야

지난 5일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의 호텔 프런트. 무의식적으로 집어 든 일본 규슈 최대 일간지 〈서일본신문〉에서 ‘규슈 관광의 부흥’이란 사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대책이 대폭 완화되면서 일본 방문객은 꾸준히 늘었다. 해외 관광객 유치에 탄력을 붙여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규슈 해외 관광객 수는 이전보다 30~50%가량 줄었지만, 4개월 전부터 해외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2022년 11월 외국인 입국자 수가 12만 3538명으로 2년 9개월 만에 10만 명을 다시 넘어섰다. 후쿠오카국제공항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데만 2시간가량 걸릴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이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하카타역 일대 호텔에도 여행용 트렁크를 든 커플 셋 중 하나는 한국어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일본이 해외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었다.


3년 만의 방문에서 놀란 것은 북적거리는 관광객만이 아니었다. 텐진은 물론이고 하카타역 인근 식당과 커피숍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석이었다. ‘이전에도 이랬나’라며 의아할 정도로 유동인구 대부분이 20~30대로 도시가 젊고 활기찼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후쿠오카만 비켜 간 듯했다. 텐진 다이마루백화점 옆 일본 전통식당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서일본신문 기자 선후배들은 그 해답을 ‘청년 인구와 좋은 일자리’로 설명했다. 2021년 경제 센서스 조사 결과 2016년에 비해 대부분 도시에서 코로나로 사업장과 취업자 수가 줄었지만, 후쿠오카시는 사업장은 물론이고 취업자도 4만 명 이상 증가한 몇 안 되는 도시였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구도 매년 8000~1만 명씩 급증하고 있다. 2013년 150만 명을 돌파하고, 지금은 163만 명 이상이 되면서 일본에서도 ‘가장 젊은 도시’로 주목받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후쿠오카시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통근·통학으로 도시에 들어오면서 낮 시간에 활동하는 주간 인구 비중이 야간 인구(거주 인구)의 109.8%를 차지한다. 베드타운이 아니라, 일하고 배우러 오는 활기찬 도시라는 점을 역설했다.

이들은 후쿠오카시가 자동차, 철강, 반도체, 관광 산업이 골고루 발전하고, 대학이 집적한 원인도 있지만, IT와 콘텐츠 산업이 발달하면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났고, 도쿄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교육 환경이 뒷받침되면서 도쿄로 떠난 젊은이들이 U턴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후쿠오카에서 취업자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청년층 취업 비율이 높아지면서 소비 향상으로 이어지고, 아르바이트 등 저렴한 노동력을 풍부하게 공급하면서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다시 발전하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맞물려 도시를 역동적으로 변모시키는 모양새다. 물론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과 창의성, 젊은 리더십이 큰 흐름을 만들었다.

기업 사무실과 호텔 공간 수요가 급증하면서 텐진과 하카타에는 도심 재개발 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텐진 빅뱅’과 ‘하카타 커넥티드’ 프로젝트다. 단골 스시집 이소가이가 있던 이무즈 빌딩, 갈 때마다 앉아서 중고책을 고르던 츠타야 서점의 후쿠오카 빌딩, 텐진 비브레, 텐진 코어 등 건물 70개 동이 철거된 후 고층 빌딩으로 재개발되고 있다. 후쿠오카시가 보조금을 주는 대신에 용적률과 고도제한 규제를 풀어 부가가치가 높은 공간을 만들어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물론 텐진이 패션과 서비스 위주에서 오피스 빌딩으로 바뀌고, 시내 주거지가 밖으로 밀려나면서 생활환경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신텐초 상가의 운치, 골목의 감성이 사라진 것도 살짝 아쉽다. 서일본철도 하야시다 코이치 사장마저도 “작은 도쿄처럼 되고 싶지 않다. 후쿠오카만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한국인으로 가득 찬 귀국 비행기 안에서 의문이 생겼다. 지난 3년간 부산은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며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렸을까. 빗장을 푼 후쿠오카와 맞장 뜰 준비가 돼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졸업 후 일자리가 없어 지난해만 20대 청년 4277명이 떠나는 등 34년째 인구 순유출이 지속되는 부산, 지하철 이용객의 33%가 65세 이상인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의 해답을 후쿠오카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부러우면 진다’라고 하지만,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부산이 역동성(Dynamic)이 떨어진 도시로 전락해도 괜찮은지(Good) 부산의 리더들에게 돌직구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답이 ‘아니오’라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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