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자체가 양자컴퓨팅 생태계…세가사미 부지 ‘국내 최초 퀀텀 허브’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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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사미 부지 어떤 건물이 들어서나

하인즈 시행 74층 규모 2027년 준공
초고층 직장·주거 결합형 오피스텔
IBM·한국퀀텀컴퓨팅주식회사 입주
양자컴퓨팅 개발 인력 양성 중심 기대
시, 땅 매각 800억 이상 시세차익도

부산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 조감도. 하인즈 제공 부산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 조감도. 하인즈 제공

부산 해운대구 세가사미 부지의 ‘흑역사’를 끝내겠다고 나선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는 한마디로 양자컴퓨터를 품은 초고층 직장·주거 결합형 오피스텔이다.

빌딩 안에 실물 양자컴퓨터가 들어와 국내 최초로 퀀텀 허브를 구축하면 그 위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기업과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최상층에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차려진다. 빌딩 안에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솔루션이나 접속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동시에 고층에서 고급 오피스텔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빌딩 자체가 하나의 양자컴퓨팅 생태계인 셈이다.



■양자컴퓨터로 기술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시행은 아시아에서 공격적으로 랜드마크 사업을 벌이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인 ‘하인즈’가 맡는다. 하인즈가 빌딩을 세우면 양자컴퓨팅 분야 선두 주자인 ‘IBM’과 양자컴퓨팅 상용화 전문기업인 ‘한국퀀텀컴퓨팅주식회사(KQC)’가 입주하는 방식이다. 하인즈는 경기도 일대에 물류센터 등을 짓는 등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정식으로 랜드마크 수준의 신축 빌딩을 세우는 건 부산이 처음이다.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는 5만 5000여 평에 달하는 세가사미 부지에 74층 규모로 지어진다. 2024년 공사에 들어가 2027년 준공될 예정이다. 하인즈는 땅값을 포함해 빌딩 전체 개발비용으로 1조 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실제 양자컴퓨터와 퀀텀 허브를 운용하는 인력은 극소수다. 그러나 콤플렉스 안팎에서 양자컴퓨팅과 관련해 1만 80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4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4조 5000억 원은 부산시 전체 GDP의 5.2%에 달한다.

사업 보고회에 참석한 KQC 권지훈 회장은 “양자컴퓨팅은 정부가 정한 핵심전략산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부산이 한국의 양자컴퓨팅 개발과 인력 양성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실물 양자컴퓨터가 들어오고 부산의 대학과 기업이 생태계를 구축하면 양자기술 주도 시대에 부산이 ‘퀀텀 이니시티브’를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부산시청 7층 영상회의실에서 글로벌 부동산 개발회사인 ‘하인즈’가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 구축 사업보고회’를 개최했다. 강선배 기자 ksun@ 7일 오후 부산시청 7층 영상회의실에서 글로벌 부동산 개발회사인 ‘하인즈’가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 구축 사업보고회’를 개최했다. 강선배 기자 ksun@

■센텀 알짜 땅으로 기업 유치

부산시가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세가사미 부지를 처리한 비결은 공유부지 매각 방식 변경이다. 땅을 민간에 단순히 파는 게 아니라 수의계약식으로 기업 유치 미끼상품으로 내걸었다.

시내 곳곳에 위치한 알짜 공유부지 판매에 거듭 실패하자 시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부지를 기업 투자에 활용하자’며 논의의 흐름을 바꿨다. KQC 같은 첨단 업종은 서부산의 산단이 아니라 센텀시티 내 사무공간을 원하는데 서로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시는 KQC에게 양자컴퓨터 기술 관련 복합시설을 세우겠다면 세가사미 부지를 내놓겠다고 제안했다. KQC는 그 대가로 미국의 IBM에서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기술투자를, 미국의 부동산 개발사 하인즈에서는 빌딩 투자를 끌어 왔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IBM 양자컴퓨터에 클라우드로 접속하는 IBM 양자컴퓨팅 허브 센터를 동서대 센텀캠퍼스에 개소한 것도 이번 계획의 밑그림이었다. 시는 이미 3개사와 업무협약 체결을 마쳤고, 하인즈와는 지난 16일 토지 매매계약도 완료했다.

시는 이번 부지 매각 성사로 80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라는 덤도 거두게 됐다.

2013년 시는 해당 부지를 세가사미에 1136억 원에 판매했다가 4년 뒤 사업 지연 위약금을 제외하고 1033억 원에 부지를 재매입했다. 그 땅을 이달 하인즈가 1890억 원에 사들이겠다며 계약금을 치렀다. 연내로 잔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김귀옥 시 투자유치과 과장은 “부지 감평가가 시에서도 놀랄 정도로 높은 평당 6000만 원 넘게 나와 하인즈가 땅값 때문에 사업을 재검토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했다”며 “하인즈는 자신들의 예상보다 땅값 부담이 200억 원 더 나왔어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번 프로젝트 성사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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