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상)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아프다” 핑계 대며 2번이나 재판 불출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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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 당일 ‘투약’ 이유로 불출석 확인서 제출
“징역 12년 과하다”는 가해자의 시간끌기에 ‘분통’
피해자 “성폭력 미수 범행, 항소심에서 인정되길”
재판부 “구치소에 확인…다음엔 불출석해도 진행 검토”

속보=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부산일보 5월 25일 자 10면 등 보도)이 항소심 공판에 2차례나 불출석했다. ‘투약’을 이유로 재판 당일 불출석 확인서를 제출한 것인데, “1심 징역 12년은 너무하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이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환)는 8일 오전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A 씨가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항소심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피고인인 A 씨가 불출석 확인서를 내고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달 11일에도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불출석 확인서를 구치소에 제출해 공판기일이 연기됐던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줄로만 알고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 측은 또다시 분통을 터뜨려야만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투약 등으로 인해 불출석 확인서를 제출했다. 구치소 측에 피고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보겠다”며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될 수 없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이 가능하다. 다음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불출석 상태에서 개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남언호 변호사는 “투약이라고 하면 피고인이 앓고 있는 지병에 대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환이 있었다면 재판부에 미리 고지를 했었어야 했다”며 “보통은 재판 일주일 전에는 미리 제출을 한다. 재판을 연기하기 위한 시간끌기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A 씨가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가서 약 8분간 벌이려고 했던 행위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려고 한다. 1심에서는 CCTV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경찰 등에 따르면 발견 당시 피해자는 상의가 절반가량 올라가 있었고,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A 씨는 범행 직후 강간죄 관련 처벌에 대해 다수 검색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주장대로 성범죄 시도가 있었다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의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A 씨에 적용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A 씨는 항소심에서 1심의 징역 12년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 받을 가능성도 있다.

A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피해자를 길에서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가 갑자기 피해 여성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찼다.

피해자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지자 A 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모두 5차례 발로 세게 밟았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A 씨는 다부지고 건장한 체격으로, 경호업체 직원이었다.

이후 A 씨는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갔다. 주민의 인기척이 들리자 A 씨는 피해 여성을 그 자리에 둔 채 택시를 잡아 도주했다. 당시 피해자는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영구장애가 우려되는 오른쪽 다리의 마비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A 씨는 항소 이유서를 통해 “살인미수 형량 12년은 너무하다”며 “보호관찰 조사 결과로 제가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이건 그 전 전과들 때문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날 법정에서 피해 여성은 “범행을 인정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 가해자의 모습에 정말 화가 난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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