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강행, 막가는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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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부터 저장시설 운용 일방 추진
기장군·의회 주민 무시하는 행태 규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수원은 7일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기존 원전의 영구 핵폐기장화를 우려하는 지역의 반발을 모를 리 없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을 확정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원전과 관련된 계획의 추진은 주민 수용성이 관건이다. 그런데도 한수원이 이같이 막가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보다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선 정부 권력의 눈치만 보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수원은 새 정부 출범 후 9개월 만에, 황주호 사장 취임 후 6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계획을 확정했다. 한수원은 설계, 인허가, 건설 과정을 거쳐 2030년에 건식저장시설 운용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2031년께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포화로 임시저장시설이 불가피하고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지체 없이 반출하겠다고 밝힌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사외이사 6명 대부분이 원전 지역에 미칠 영향과 주민의 반발을 고려해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해 보류했다. 그런데 당시 사외이사 6명 중 1명을 제외한 5명을 교체한 상태에서 이날 안건을 처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물론이고 기장군과 군의회조차 반발하고 나섰다. 기장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 동의 절차 없는 건식저장시설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을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원자력안전법상 ‘관계시설’로 간주해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기장군의회도 이날 이사회가 열린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항의 방문해 지역 주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추진하는 한수원을 규탄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안전법 위반 여부 등 법적 조치까지 검토키로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한수원의 일방적 정책 결정 행태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과 운용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원전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결국 지역 주민들 아닌가. 하물며 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과 관련된 사안이다. 기존 원전의 영구 핵폐기장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시저장시설을 짓겠다고 하면 어느 지역 주민들이 흔쾌히 받아들이겠는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버릴 데가 없으면 전력 사용량에 비례해 지역별로 분산보관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한수원은 지역 주민들을 무시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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