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05) 비정형 물결을 확산한 전면 추상, 서재만 ‘파랑78’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서재만은(1933~)은 경상남도 함양 출생으로 1955년 부산사범대학을 졸업했다. 경남여고, 부산여고, 진주여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3년부터 실험적인 작업을 목적으로 하는 부산의 미술 동인 ‘혁(爀)’에 합류하여 강선보, 김홍석, 허황, 심명보, 이정수 등과 함께 활동했다. 이후 부산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부산창작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부산의 추상화를 이끌어 나가는 작가로서 행보를 이어나갔다.

서재만은 자연의 법칙이나 자연 현상 등 만물의 근원에 작업의 기반을 두고, 이를 유기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빛의 뒤쪽’(1975)과 같이 ‘빛’이라는 무형의 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추상에서 시작된 작가의 작업은 이후 특정한 형태를 패턴화하여 반복적으로 그려내는 전면 추상으로 발전했다.

비정형 추상 작업 이외에도 ‘묻혔습니다’(2000)와 같이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질서에 맞춘 기하학적 추상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서재만의 작업은 구상회화와는 달리 대상을 특정 지을 수 없는 추상회화이지만, 그의 작업의 출발점은 매번 자연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이었다.

서재만은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척산의 환영’(연도미상)처럼 점묘법과 양각을 접목하여 대상의 유기적 형태와 독특한 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인 작업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 회화에서 더 나아가 자연물을 단순화 또는 기호화하고 이를 판화와 조각으로 다시 구현하는 등 서재만은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추상 이후의 추상’에 대해 고민한 작가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파랑78’(1978)은 파도가 만들어내는 비정형의 물결 형태를 화면 전체로 확산시킨 전면 추상이다. 먼저 세밀한 곡선으로 파도가 형성하는 원형의 궤도 운동을 표현했다. 각 궤도의 크기와 형태를 달리함으로써 풍랑, 너울, 쇄파 등 파도의 각 부분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는 안료의 사용 역시 주목해 볼 만하다. 흰색 물감으로 파도의 거품을, 먹의 농담을 활용해 수심의 깊이를 나타냈다. 한 화면에서 선, 대상의 크기, 명암의 변주를 통해 유기성·움직임·운동성을 구현해 낸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수연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