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가 교육에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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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부산시교육연수원장

3년 만에 되찾은 마스크 없는 일상
미래교육 앞당긴 것은 큰 성과
교육과정 균형 무너져 격차 심화
대면 수업의 효과 인식하는 계기
연대·협력으로 교육 회복 나서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1월 30일 부산 해운대구 신재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1월 30일 부산 해운대구 신재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년 1월 30일,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날.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뛰어가는 중학교 남학생의 모습이 출근길을 미소 짓게 했다.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는 여학생에게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왜 쓰고 있어요?” 물었더니 “아직 춥기도 하고 습관이 되어서 쉽게 안 벗어져요. 그래도 이제 벗어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긴 해요. 일종의 해방감 같은 거죠” 하며 웃는다.

그렇지, 마스크가 필요해서 쓰는 것과 강제로 써야만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우리는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잃었다. 자유로운 여행, 마스크 벗은 얼굴,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등이 그것이다. 한편 잃으니 보이는 것도 있었다. 쉽게 끝나지 않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거리 두기와 손 씻기가 모두의 습관이 되었고, 홈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살피는 문화가 확산되었다. 온라인 소비, 플랫폼 기업 등 새로운 분야가 발전하고, 재택근무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체감했다. 랜선 여행, 온라인 마라톤, 메타 회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것도 우리가 얻은 것이다. 최근 미국 핵과학자회는 지구 종말 시계가 90초 전으로 당겨졌다고 엄중하게 경고했는데, 코로나를 지나면서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생태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전 세계가 인지하고 실천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가오는 봄만큼 성큼 다가온 ‘마스크 없는 일상’ 앞에서, 코로나가 교육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우선 미래교육을 10년은 앞당기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교육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면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인데, 블렌디드러닝(혼합형 학습으로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진 형태) 같은 새로운 수업 방법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서로 배우고 성장하면서 미래교육은 자연스럽게 교실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한편 코로나19는 우리 교육에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온라인 교육이 증가하면서 교육과정의 균형이 흐트러졌고, 교육격차는 심화되었다. ‘평균실종’(종 모양의 정규분포가 붕괴되면서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의 의미가 사라진 상황)이라는 ‘트렌드 코리아 2023’의 키워드는 교육의 현재를 진단하는 데에도 손색이 없는 단어다. 사교육이 늘었고, 대면 수업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교육 현장의 교사들을 만나 보면 수업 시간에 넷플릭스, 유튜브를 시청하는 학생이 늘고, 제지해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등 학교생활 규칙을 지키기 어려운 학생도 늘었다고 한다. 교사들은 기본생활습관 지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굿네이버스 조사에 의하면, 대인 기피, 외출에 대한 두려움, 불안, 우울, 부정적 신체반응이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캐나다 요크대학 연구진은 마스크 부작용으로 감정 파악에 적신호가 켜졌으며, 신생아는 부모의 마스크 착용으로 조기 애착 형성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같이 이어졌던 대면 수업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했다. 학습은 물론이고 사회성, 정서 발달과 관계, 조화로운 인성 형성 등 모든 것이 교육이 된다. 학교는 배움과 상상력, 성장과 행복의 터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많은 것을 놓쳤다. 특히 사각지대 아이들의 소외와 결핍은 그 정도가 더하다.

그동안 놓친 것을 채워 나갈 2023년, 부산시교육청의 인성에 기반한 학력 신장, 교육격차 해소 등의 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실행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올바른 일을 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없는 법. 지금은 너나없이 연대와 협력으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교육 회복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다해야 할 때이다.

이른 봄꽃들은 망울을 맺고 겨울 칼바람을 이긴 나뭇가지들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봄이 말하네. 그대 앞길 따뜻이 데워 놓았다고.” 몇 년 전 광화문 거리를 지날 때 걸음을 멈추게 한 문구를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낸다.

다행히 우리 앞에 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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