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광객 증가 좋아만 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은?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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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1600만·거제 2300만 방문
관광공사 데이터랩 통계 인용 홍보
1명 3곳 방문하면 3명 집계 ‘허수’
공사 "중복 많아 추세만 참고해야"

거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바람의 언덕. 부산일보DB 거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바람의 언덕. 부산일보DB

“1600만 명이면 전 국민 3명 중 1명, 2300만 명이면 국민의 절반인데 정말 믿어도 되나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관광객 유치 성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문자 수 증가의 근거로 삼는 ‘한국관광 데이터랩’ 통계가 실제와 간극이 너무 큰 탓이다. 잘못된 통계 인용은 자칫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 대표 관광지인 통영시는 최근 데이터랩 자료를 전제로 “지난해 1610만 4160명이 통영을 찾았다”고 밝혔다. 시는 “이 수치는 전년 대비 69만 4827명(4.5%) 증가한 것으로, 통영 여행가는 해 추진과 국제트리엔날레, 문화재야행, 한산대첩축제 성공 개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해 해외관광객 유치에 적극 노력하며 국내 제1호 야간관광도시 사업을 통해 글로벌 야간관광도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관광업계는 이번 발표를 두고 고개를 갸웃한다. 통계와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한국관광공사가 코로나 이후 급변하는 관광환경에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 관광빅데이터 플랫폼이다. 통신사(KT)에서 받은 이동통신·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자료에 신용카드(BC·신한) 결제내역, SNS 언급량 등 다양한 이종 데이터를 융합해 관광객의 여행 행태를 심층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방문자 체류 기간과 이동·소비 행태 등 관광업 종사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단순히 방문자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통영시가 케이블카, 동피랑, 루지, 욕지도 등 관내 주요 관광지 23곳을 기준으로 집계한 2022년 관광객 수는 478만여 명에 불과하다. 데이터랩의 3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을 봐도 2017년 734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내림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 수요가 급감했던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406만 1915명, 451만 5811명으로 곤두박질 쳤다.

심지어 이 집계에도 허수가 존재한다. 시 통계는 각 정점에 있는 자동계수기나 근무자가 수집한 자료에 시설 입장권, 여객선 승선권 발매 현황 등을 단순히 합산한 수치다. 관광객 1명이 3곳을 다녀가면 3명이 더해지는 식이다. 관련업계는 실제 방문자 수는 지자체 집계의 많아야 절반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통영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근 거제시도 지난해 데이터랩 상 관광객은 2320만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시 통계는 780만여 명이었다. 관련업계 체감도도 데이터랩 통계와는 거리가 멀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도 코로나가 한창일 때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였다. 천만, 이천만 하는건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국관광공사도 ‘한계가 있는 데이터’라는 점을 인정했다. 지자체 집계와 마찬가지로 방문지마다 중복 계수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 단위로 데이터를 갱신하는 방식이라 체류일 수에 비례해 갑절로 불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고려해 보정치를 적용하지도 않는다.

공사 관계자는 “직접 카운팅한 게 아니라 숫자만 보면 오판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유행 전과 후의 방문객 유입량이나 소비 패턴의 변화 같은 추세를 통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지, 절대적인 수치로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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