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임시측후소 복원 지지부진, 창고 보관 언제까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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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관측소 사적 추진 맞물려
“신청지 원형 유지해 달라”
문화재청 위원 요청에 복원 중단
재개 시점 불투명·훼손 우려도
시·중구, 장소 이전·기증 고민

임시측후소 복원 이전 사업이 부산기상관측소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에 밀려 잠정 중단됐다. 복원 이전 사업으로 해체되기 전 중구 보수동에 자리했던 임시측후소 모습. 중구청 제공 임시측후소 복원 이전 사업이 부산기상관측소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에 밀려 잠정 중단됐다. 복원 이전 사업으로 해체되기 전 중구 보수동에 자리했던 임시측후소 모습. 중구청 제공

국내 최고령 관측소로 꼽히는 ‘부산 임시측후소’ 복원 이전 사업이 부산기상관측소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에 밀려 잠정 중단됐다. 부산시가 사업 소요기간 예측, 문화재 등록 추진 일정 조정 등을 잇따라 실패하면서 복원 이전을 위해 해체된 임시측후소는 기약 없는 창고 신세를 지게 됐다.

7일 부산시와 중구청 등에 따르면 임시측후소 복원 이전 사업이 지난해 8월 잠정 중단됐다. 복원 이전 예정지였던 중구 부산기상관측소 일대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 이 일대의 원형 유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지정기념물이기도 한 부산기상관측소는 한국전쟁 당시 국립중앙관상대 본부 역할을 맡았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에 등재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에 포함됐다. 임시측후소는 부산기상관측소의 전신으로, 부산·경남 지역의 기상관측을 위해 1905년 중구 보수동에 지어졌다. 이후 다른 관측소들이 철거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존하는 최고령 관측 시설이 됐다.

이 같은 원형 유지 요청에 따라 임시측후소 복원 이전 사업은 물건너간 모양새다. 복원 공사를 추진했다가 이 일대의 원형이 훼손되기라도 하면 부산기상관측소의 국가지정문화재 등록이 물거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와 구청은 임시측후소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지난 2015년 복원 이전을 결정했다. 과거와 현재의 관측소를 한데 모아 문화적 가치를 더 높이겠다는 의도로 부산기상관측소 일대를 이전 부지로 결정했다. 임시측후소는 해체돼 복원 대기 상태로 금정구 명지배수장 창고에 들어갔다. 시는 1~2년 안에 복원이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사업이 상당 기간 늦어지면서 불거졌다. 이전 부지가 국유지였음에도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소유권 이전이 쉽지 않아 사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결국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지난 2021년 8월이 돼서야 토지 매입이 겨우 마무리됐다.

하지만 토지 매입을 마무리 지은 불과 5개월 뒤인 지난해 1월 시가 부산기상관측소 일대 문화재 등록을 공식화하면서 복원 이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 내부적으로도 임시측후소의 복원 이전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는 토지 매입이 완료된 후에도 복원을 위한 설계용역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구청 역시 복원사업으로 받은 예산 6억 3000만 원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복원 이전 사업이 표류하면서 임시측후소가 창고를 벗어나는 시점도 불투명해졌다.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존 상태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지적됐다. 시는 올해부터 보관 상태 점검과 훼손 방지를 위한 훈증 작업에 들어갔다.

시는 임시측후소 복원보다 부산기상관측소의 국가지정문화재 등록이 일단 더 시급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문화재 등록 심사가 마무리되면 복원 이전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 일대가 문화재로 등록된 뒤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긴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절차도 까다로워 허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와 구청 측은 부산기상관측소 일대 외 다른 곳으로 임시측후소를 옮기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예산과 사업기간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다. 시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체부지 확보도 어렵다면 박물관 기증도 생각하고 있다”며 “부산기상관측소의 국가지정문화재 등록 여부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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