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이냐 역풍이냐? ‘이상민 탄핵안’ 거센 후폭풍 예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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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부터 설화로 반감 자초
국무위원 탄핵 흠결되나 논란
여 “인용 가능성 제로” 대야 공세
야 일부 “면죄부 주는 결과” 우려
이재오 “대통령 대응, 탄핵 불러”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예고대로 처리하는 바람에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도 나서 “의회주의 포기”라며 격앙했다. 정국 대치가 가팔라지면서 탄핵안의 향배에 따라 한쪽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야당의 탄핵안 강행은 취임 초기부터 각종 설화를 일으키며 여론 반감을 자초한 이 장관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에 이를 정도의 흠결로 볼 수 있느냐는 점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커 보인다. 이번 탄핵안의 후폭풍을 여당보다는 야당이 더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법대 후배로 대선 때부터 최측근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장관 임명 초기부터 야당의 ‘요주의’ 대상이었다. 특히 일선 경찰의 강한 반발을 부른 경찰국 신설을 주도하면서 야당과 격렬하게 부딪쳤고, 여기에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을 담당하는 주무장관이라는 점에서 정부 책임론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이 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실언을 반복하면서 여론 악화를 자초했다.


그는 참사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30일 “특별히 우려할 만큼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해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후 사퇴 압박을 받자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는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고 밝혀 재차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유족 명단이 없다는 그의 국정조사 발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증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 장관 해임을 줄곧 요구해 왔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표결에 앞서 “이 장관은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라는 헌법만이 아니라 주무장관으로서 재난안전관리법 등 법률이 정한 많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수차례 반복된 2차 가해성 발언과 허위 증언 등 고위공직자의 의무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이 장관 탄핵 사유는 이미 충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장관 탄핵 찬성 여론은 지금도 50% 이상”이라며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정무적 판단과 헌재의 법적 판단은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법조계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해야 한다면 법익형량원칙에 위반된다. 탄핵심판 청구는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인용 가능성은 제로”라며 벌써부터 기각에 따른 민주당 책임론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강행에 따른)국정 중단, 국정 혼란을 전적으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 본다”며 총선과 연계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헌재는 사법적 판단을 하는, 법원이나 다를 바 없는 기관”이라며 “탄핵안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도 “(이 장관의)직무를 정지시킬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난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니겠나”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후폭풍을 우려했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인용’ 가능성을 낮게 보는데도 탄핵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전방위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당 지지층이 강하게 요구하는 이 장관 탄핵안 처리를 통해 단일대오 구축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참사 대응이 탄핵안을 불렀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나 죽었는데도 정치적으로 책임지고 사표 내는 사람이 없는 정부가 헌정사의 오점”이라며 “해임결의안을 냈는데도 해임을 안 시키는데, 대여 공세에서 야당이 할 수 있는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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