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동 살인사건’ 가해 모자, 항소심도 무기징역·징역 30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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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계획된 범행” 1심과 같은 판단
피해자 넘어뜨려, 손가락 가리키며 범행 확인

지난해 3월 4일 흉기피살 사건이 발생한 부산 북구 구포동 사건 현장. 부산일보 DB 지난해 3월 4일 흉기피살 사건이 발생한 부산 북구 구포동 사건 현장. 부산일보 DB

대낮 부산 구포동의 한 주택가에서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모자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계획된 범행’이라는 점을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종훈)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와 50대 여성 B 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9일 밝혔다. 두 사람은 모자 관계로 범행을 주도적으로 저지른 A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B 씨는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3월 2일 오후 4시 40분께 북구 구포동 주택가에서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목과 머리 등을 각각 10여 차례 이상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B 씨는 흉기에 찔린 피해 여성이 일어나려 하자 세게 밀쳐 넘어뜨리고, 피해자가 살아 움직이는 걸 보고 이를 A 씨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B 씨는 “아들인 A 씨가 피해 여성에게까지 해를 가할 것을 우려해 피해 여성을 구하려고 잡아당긴 것”이라며 공동정범임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역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와 B 씨는 범행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SNS를 통해 아파트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피해 남성을 살해해야 한다며 공모해왔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게다가 A 씨는 범행 전날 밤 지인에게 연락해 ‘작업을 하나 하려 한다’며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려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관계, 금전을 요구한 내용, SNS 대화, 사건 당일 행동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사전에 계획·공모했고, 사건 당일 범행을 분담해 저질렀다”며 “피고인들은 2명이나 무참히 살해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불행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남편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말리다가 끝내 살해당한 아내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공판에서 이들 모자는 법정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용서 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저질렀지만, 공모나 계획은 아니었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끝내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흉기 관련 신고가 있었던 1차 출동 때 집 앞으로 나온 A 씨의 몸을 수색했으나, 흉기가 발견되지 않자 양측을 떼어 놓는 분리조치를 한 뒤 철수했다. A 씨는 경찰이 2차 출동한 이후에도 분리조치만 한 이후 자리를 뜨자 이내 집으로 뛰어가 흉기를 가져나온 뒤 이들 부부를 살해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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