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에 스쿨존 건널목서 택시와 부딪힌 아이…운전기사 책임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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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던 초등생,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 건너다 3.3초 뒤 사고
울산지법 택시기사에 벌금 250만원 선고 “돌발 상황 고려해야”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보행자 정지 신호에 횡단보도로 뛰어든 초등학생을 치어 다치게 한 택시기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현배 부장판사)는 특벙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0대) 씨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5월 오후 3시께 경남 양산시 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편도 2차로 중 2차로에서 신호대기로 정차하던 중 보행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직후 출발하다가 10대 초등학생을 치어 2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 어린이는 건널목 신호등이 적색인데도 횡단보도에 진입해 불과 약 3.3초 만에 사고를 당했다.

이에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전방의 차량 신호에 맞춰 차를 출발시킨 만큼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신호를 무시한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린이보호구역인 만큼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A 씨 잘못도 있다고 판단했다. 성인보다 상황 판단과 지각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돌발적으로 길을 건널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택시가 횡단보도에 정차해 있다가 전방 차량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어 출발하기 시작할 무렵 이미 피해 어린이의 자전거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사고 당시 하교 시간이어서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어린이가 많았던 점, 날씨가 맑은 데다가 시야를 가리는 다른 장애물이 없었던 점 등이 A 씨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했다. A 씨가 횡단보도 근처에서 좌우만 제대로 살폈더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재판부는 “교통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가중처벌 조항 취지를 볼 때 피고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보행자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에 진입한 피해자 과실이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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