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아파트 커뮤니티 수영장서 익수사고… 4세 아동 중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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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따라하다 안전장치 사다리 걸려 물속에서 못 나와
수영 강사, 다른 수강생 지도하면서 상황 파악 못 해
아이는 뇌사 추정… 부모, 책임자 강력 처벌 요구

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일보 DB

부산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수영장에서 익수 사고가 발생해 네 살짜리(우리나라 나이 6세) 아이가 중태에 빠졌다.

부모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7시 43분 부산진구 한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내 수영장에서 A(4) 군이 익수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 군 부모 등에 따르면 A 군은 지난 8일 오후 7시부터 강사 한 명이 성인 1명을 포함한 수강생 3명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수영을 가르치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당시 수영장에는 수영 강사 1명과 수강생 3명, A 군을 돌봐주는 외국인 보모 1명이 있었다.

A 군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수강생이 잠수해 수영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따라 했는데, 이때 등에 착용했던 안전 장치가 사다리에 걸리면서 한동안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이 부모의 설명이다.

A 군이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같이 수강을 듣던 다른 아이가 강사를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강사는 성인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었고, 다른 수강생이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듣기는 들었지만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군 보모나 성인 수강생도 익수 사고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한번 다른 수강생이 강사를 급하게 부르자 강사는 그제야 상황을 인지하고 물속에 잠겨있던 A 군을 들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A 군이 물속에 잠겨있던 시간은 2분 30초 남짓으로 추정된다. 강사는 CPR 조치를 취했고 이후 A 군은 소방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발생 이후 심정지 상태가 30분 정도 이어졌고 병원에서 조치를 취한 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고 부모는 설명했다. 현재 A 군의 호흡은 돌아왔지만 병원에서는 뇌사로 추정하고 A 군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아이 부모는 의료진에 연명치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 부모는 사고 당시 적절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며 사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A 군 부모는 “수영장 깊이가 140cm 정도 돼 안전을 이유로 보호자나 강사가 없으면 아이들은 이용하지도 못하게 돼 있다”며 “다른 수강생이 도와달라고 강사를 불렀을 때 조치만 일찍 이뤄졌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내 수영장 관계자는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며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관계자는 “사고 관련해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수영 강사도 “사고 관련해서 지금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부산진경찰서는 익수 사고와 관련해 안전 관리 준수와 과실 여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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