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고성 풍력단지, 하청업체 유치권 주장에 “난감하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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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재개 양촌·용정지구
공사비 못 받은 하청업체 반발
점거 가설 건축물 유치권 행사
군 "이전 사업자 일 별개 문제"
새 사업자와도 갈등… 또 차질

15년 만에 기사회생한 고성조선해양특구 내 양촌·용정지구 현장. 민간사업자 부도로 공정률 5%에서 공사가 중단돼 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15년 만에 기사회생한 고성조선해양특구 내 양촌·용정지구 현장. 민간사업자 부도로 공정률 5%에서 공사가 중단돼 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공사중단 15년 만에 기사회생한 경남 고성조선해양특구 내 양촌·용정지구 조성사업(부산일보 2022년 10월 31일 자 11면 등 보도)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전 사업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새 사업자를 상대로 ‘유치권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을 태세라 정상화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고성군은 최근 SK오션플랜트가 제출한 양촌·용정지구 조성 부지 내 가설건축물 해체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자 해당 건축물을 점유 중인 A개발이 반발하고 나섰다. A개발은 최초 사업권을 따낸 옛 삼호조선해양과 계약한 하청업체다. 공사대금 17억 원을 못 받았다면서 법정이자를 포함해 총 38억 원을 새 사업자인 SK오션플랜트가 지급해야 한다며 유치권을 주장해 왔다. 해당 건축물 역시 A개발이 건립했지만 대금을 못 받은 시설로, A개발에도 소유권이 있는데 군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군청을 항의방문한 A개발은 “(군이) 예측 불가능한 사태를 인지하면서도 해체를 승인한 것은 사업자 편리를 봐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그동안 수많은 업체가 공사대금을 못 받아 도산했다. 한 가닥 희망을 걸고 버텨온 하청업체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언성을 높였다.

반면 군은 정당한 행정처리라고 일축했다. 해당 건축물은 삼호조선해양 명의로, 소유권은 현재 사업권자인 SK오션플랜트에 있다는 설명이다. 군은 “행정은 서류와 문서로 법을 판단한다”면서 “건물 소유주가 요구하는 민원을 유치권과 연계지어서는 안 된다. 건축물 해체와 유치권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새 사업자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계속된 퇴거 요구를 A개발이 거부하자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다. SK오션플랜트 측은 “세 차례에 걸쳐 건축물에서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조속한 공사 진행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해명했다. 이어 “A개발 미지급 공사비는 지난해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안에 따라 4700여 만 원을 변제하는 것으로 확정됐고 삼호조선해양이 이를 법원에 공탁하면서 종결됐다”면서 “이미 소멸한 채권이라 유치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 기회를 잡은 프로젝트가 다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양촌·용정지구는 2007년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된 산업단지 중 하나다. 당시 군은 양촌·용정지구에 내산(22만 3318㎡), 장좌(50만 7901㎡) 등 3곳을 묶어 조선특구로 육성하기로 했다. 각 지구 사업자로 삼호조선해양, 삼강특수공업, 혁신기업이 선정됐고 내산, 장좌 2개 지구는 일찌감치 용지 조성이 끝나 업체들이 입주했다.

그런데 전체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촌·용정지구는 공정률 5%에서 멈춰선 뒤 하세월했다. 경기침체로 시작도 못한 채 2년여를 허비하다 2009년 어렵사리 첫 삽을 떴지만, 기업 부도로 다시 중단됐다. 이후 몇 차례 재개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자금조달 실패로 무산됐다. 그러다 2021년 진행된 공개매각에서 삼강엠앤티가 양촌·용정지구 육지부 토지 일부를 사들이며 새 사업자가 됐다. 삼강엠앤티는 내산지구 특화사업자인 삼강특수공업의 모기업이다. 최근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를 눈여겨본 SK에코플랜트(주)가 주식 지분 31.5%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지난 1일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알렸다. SK오션플랜트는 2027년까지 8404억 원을 투자해 양촌·용정지구를 시가총액 5조 원 규모의 친환경풍력발전 전문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견인할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소모적 다툼으로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납득 가능한 선에서 한 발짝씩 양보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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