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필사의 구조에도 사망자 2만 8000명 넘어서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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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참사

한국 해외구호대 활약 8명 구해
신생아·임신부 등 기적의 생환
수색 진척에 희생자 수 급증도
빈번한 약탈 정부 엄단 경고해

지난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현지 구조팀과 합동으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현지 구조팀과 합동으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이 발생한 지 엿새가 지났음에도 기적의 생환자 소식이 속속 이어졌다. 두 나라 사망자만 2만 8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피해 현장에서는 필사의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재민을 괴롭히는 약탈도 기승을 부려 튀르키예 당국이 엄단에 나섰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튀르키예 아타키아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지난 11일 오후 7시 18분과 8시 18분(현지시간)에 생존자 1명씩 구조했다. 이들은 17세 남성과 51세 여성으로 모자지간이며, 같은 건물에 고립돼 있었다. 구조된 남성은 의식이 없었지만, 여성은 건강이 양호한 상태였다. 앞서 한국 구호대는 같은 날 오후 2시 2분에도 65세 생존자를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조 작업 시작 첫 날인 지난 9일부터 현재까지 한국 구호대는 모두 8명의 목숨을 구했다.

통상 지진 발생 뒤 골든타임으로 간주하는 72시간이 흘렀지만, 잔해 더미에서 기적의 생존자도 연이어 발견됐다. AFP통신은 지난 10일 시리아 반군 지대인 서북부 알레포의 진다이리스 마을에서 6세 소년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무사 흐메이디라는 이름의 소년은 지진 발생 뒤 잔해에 깔렸다가 5일 만에 빛을 본 것이다. 안타깝게도 흐메이디의 형은 이미 숨졌고, 다른 가족도 아직 잔해 속에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타이주에서 지진 발생 139시간 만에 구조된 생후 7개월 된 아기. 연합뉴스 하타이주에서 지진 발생 139시간 만에 구조된 생후 7개월 된 아기. 연합뉴스

같은 날 튀르키예에서는 지진 발생 115시간 만에 임신부가 구조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 근처인 가지안테프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자히데 카야라는 이름의 임신부가 구출된 것이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과 비정부기구 구조팀이 건물 잔해 속에서 소리를 듣고 콘크리트 더미를 치워 그 아래에 있던 여성을 끌어냈다. 이 임신부는 현장에서 산소 공급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여성이 구조되기 약 1시간 전에는 그의 6세 딸이 먼저 구조됐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지난 6일 시리아에 이어 트뤼키예에서도 신생아가 구조됐다. 지난 10일 트뤼키예 하타이주 사만닥 지역에서 태어난 지 10일 된 아기 야즈 우라스가 엄마와 함께 지진 발생 9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신생아가 영하의 추위를 이겨내고 건물 잔해에서 90여 시간을 버텨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진 발생 엿새가 지난 시점에서 트뤼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는 2만 8000명을 초과했다. 튀르키예 사망자가 2만 4617명, 시리아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3574명으로 나타났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되면서 두 나라의 사망자 수도 급속도로 증가 중이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사망자가 수만 명 더 나와 최소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와중에 현지에서는 약탈도 기승을 부려 생존자와 구조대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는 강진 피해 지역에서 빈집을 털거나 상점 창문을 깨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속출했다. 식료품이나 유아용품이 절실해 슈퍼마켓을 뒤지는 경우도 있지만, 전자제품 매장에서 휴대전화 등 비싼 물건이 도난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튀르키예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건물을 약탈하거나 전화 사기로 생존자들을 갈취하려 한 혐의 등으로 48명을 체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약탈이나 납치 등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국가가 등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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