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년하청’ 동천에 예산 계속 쏟아부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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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바닷물 투입에도 오염 여전
수백억 원 허비, 새 대안 마련 절실

시보건환경연구원이 가장 최근에 실시해 발표한 동천 하류의 수질은 지난해 2·3분기 기준으로 최하위 5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가 부산진구 성서교 일대 동천에서 수질 측정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시보건환경연구원이 가장 최근에 실시해 발표한 동천 하류의 수질은 지난해 2·3분기 기준으로 최하위 5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가 부산진구 성서교 일대 동천에서 수질 측정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표 하천인 동천의 수질이 지난 10년 동안 바닷물을 끌어다 부었는데도 여전히 최하위 수질인 5등급의 오염 상태라고 한다. 시보건환경연구원이 가장 최근에 실시해 발표한 동천 하류의 수질은 지난해 2·3분기 기준으로 최하위 5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동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바닷물을 퍼 올린 사업이 하나 마나 한 일이 됐다. 그동안 총 345억 원의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기대했던 수질 개선은 전혀 이루지 못한 셈이니, 첫 단계부터 이 계획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동천의 수질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

부산시가 2010년부터 동천 수질 개선을 위해 선택한 ‘해수 도수 사업’은 바닷물을 끌어와 동천 상류에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끌어온 바닷물은 처음 5만 톤으로, 동천 광무교, 범3·4호교, 성서교 등 6곳에서 방류했다. 하지만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하자, 2015년부터는 방류량을 4배로 늘려 20만 톤으로 올렸다. 이 사업으로 시 당국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수질이 나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선 효과가 일부 시기에만 국한되는 등 들쭉날쭉한 데다, 이마저 목표치로 잡은 등급이 4등급(약간 나쁨) 수준이다. 그 많은 예산과 10년 세월의 결과가 고작 이 정도라면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름없다.

10년 노력이 이처럼 헛수고로 끝난 주된 이유는 바닷물의 취수 지점을 처음부터 잘못 선정한 데 있다. 동천 수질을 살리려면 방류하는 바닷물부터 최상급의 수질이어야 하는 점은 상식이다. 그런데 바닷물을 취수하는 펌프장 위치가 미군 55보급창 끝자락의 동천 하류라고 한다. 오염된 동천에서 흘러온 바닷물을 다시 퍼 올려 동천에 붓는 ‘도돌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도 애초부터 여러 번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그러나 시는 더 깊은 바닷물 취수를 위해 필요한 해수부와의 협의나 추가 예산 확보는 외면했다. 사실상 시의 안일한 행정이 지금의 ‘백년하청 동천’을 빚었다고 할 수 있다.

동천의 수질 개선은 수십 년간 부산 하천 정책의 최고난도 현안이다. 그럼에도 아직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동천을 이대로 둘 수도 없는 게 부산의 현실이다. 각종 금융기관이 밀집한 국제금융단지와 접한 동천은 부산의 도시 이미지뿐만 아니라 2030월드엑스포 개최 장소인 북항과의 연결성을 감안하더라도 어떻게 하든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당장은 비용 대비 효과가 기대치 이하로 드러난 해수 도수 사업의 전면 개편을 포함해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해수부와 일선 지자체와도 협업을 통해 체계적인 수계 관리 방안이나 별도 조직 구성 등 부산시가 더 책임감을 느끼고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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