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권한 지자체 넘겨 맞춤 정책… ‘진정한 지방시대’ 연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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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분야 57개 권한 지방 이양

그린벨트 100만㎡ 내 해제 위임
환경영향평가 조례 우선 적용
자유무역지역 사업도 직접 수립
정부, 관계 법률 개정 신속 추진
법령 손질 불필요 땐 즉시 시행
자치조직권은 올해 4분기 확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인 ‘지방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중앙 정부가 가진 6개 분야 57개 주요 권한을 지방으로 우선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우리는 지자체를 단순 집행기관이자 감독 대상으로 바라보는 중앙집권적 행정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현상 유지는 쉽고 안전한 길이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아니다”며 “진정한 지방시대 개막을 기필코 이루어야 한다는 결연한 각오로 지방의 저력을 믿고 과감한 권한 이양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이번 결정으로 국토, 환경, 산업, 고용, 교육,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돼 지자체가 지역 실정을 감안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수요자 중심 △지방 소멸 대응 및 균형 발전 효과 △권한과 책임의 동시 이양이라는 3대 원칙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우선추진 이양과제를 발굴해 왔는데 이번에 그 결과물을 공개한 것이다.

국토해양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이다. 현재는 30만㎡ 이하까지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만 시장·도지사에 위임돼 있는데 비수도권의 경우 100만㎡ 이내까지 위임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국가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해제총량에서 제외한다는 방안도 담겼다. 앞으로 지자체의 권한 행사가 크게 늘어나 지역 개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시·도 조례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시·도 조례상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 중복될 경우 지금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데, 앞으로는 시·도 조례가 우선 적용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실태조사를 거쳐 표준 안내서를 마련한 뒤 2024년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부산항을 비롯해 울산, 경남 창원 등 전국 13개 자유무역지역의 사업 운영 권한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도로 일부 이양된다. 시장·도지사가 자유무역지역 입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사업 추진 계획 등을 직접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외국 인력을 도입할 때 그 규모와 배분에 대한 지자체의 참여도 강화된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매년 인력 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고용부와 시·도가 1년에 두 번씩 협의회를 개최토록 한 것이다.

대중형(퍼블릭) 골프장 지정 권한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서 시장·도지사로 넘어간다.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지역 체육 인프라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과제 이행을 위해 국회와 협력해 관계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법령 개정 없이 가능한 조치들은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이 신속하고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향후 출범할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각 부처의 후속조치 사항을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또 국가사무를 지방에 이양한 후 인력이나 예산이 충분히 지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컸던 만큼 추진 과정에서 재정, 인력이 소요되는 권한 이양에 대해서는 인력과 비용을 산정,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지방의 다양한 요구와 건의사항을 수시로 확인해 자율과 책임하에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열 수 있도록 추가적인 권한 이양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토지 이용 규제 등 지자체 수요는 높으나 단기간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워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과제가 포함된다. 이와 함께 지자체의 관심이 높은 자치조직권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 행정안전부, 지자체, 전문가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4분기에 열리는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상정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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