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금만 6억~7억… 이자 장사로 직원 목돈 챙겨 주는 은행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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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은행도 비슷한 수준
작년 5대 은행 2200명 자발 퇴직
서민에게 수익 거둬 역대급 실적
퇴직자 목돈 마련 도구 전락 지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은행 희망퇴직자들이 1인당 최소 3억~4억 원의 희망퇴직금을 포함해 총 6억~7억 원의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은행 희망퇴직자들이 1인당 최소 3억~4억 원의 희망퇴직금을 포함해 총 6억~7억 원의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지난해 말 이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2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면서 1인당 최소 6억∼7억 원의 퇴직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 희망퇴직자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퇴직금을 받았다. 정례화된 은행권 희망퇴직이 과거처럼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효율화보다는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는 일종의 복지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적게는 3억 4000만 원에서 많게는 4억 4000만 원가량을 지급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2725억 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 확정 인원이 713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3억 8200만 원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 1336억 원을 반영했다. 희망퇴직 인원은 388명으로 1인당 평균 3억 4400만 원 수준이다. 올해 초 34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우리은행은 1547억 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책정했다. 1인당 평균 금액은 4억 4300만 원으로 현재까지 실적이 발표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BNK금융그룹은 지난해 4분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회망퇴직급여 명목으로 총 485억 원을 지출했다. 이중 부산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급여 비용으로 268억 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희망퇴직 확정인원이 68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3억 9411만 원을 지급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은 총 217억 원이었다. 희망퇴직 인원은 55명으로 1인당 평균 3억 9454만 원씩을 받은 셈이다.

이들에게는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연차에 따라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치와 수천만 원의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이 지원됐다. 은행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만 감안한 것이다. 근무 기간에 따른 특별퇴직금과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퇴직할 때 제공하는 법정퇴직금 수억 원은 빠져 있다. 법정퇴직금은 통상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할 경우 올해 초 은행을 떠난 이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 원의 목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행별로 2022년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 회사를 떠난 은행원 중 일부는 법정퇴직금과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을 합할 경우 1인당 최대 10억 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퇴직금 수령액 상위 5명은 모두 1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와 희망퇴직 조건이 비슷한 만큼 올해 퇴직자 중에서도 수령액 상위권은 이처럼 10억 원 안팎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이 매년 큰 비용을 들여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모바일 뱅킹 확대 등 비대면 전환 흐름 때문이다.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은행 지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무로 인해 매년 대규모 신입 행원 채용을 실시하는 만큼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다만 은행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많은 퇴직금을 챙기는 데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희망퇴직이 구조조정보다는 오히려 서민들에게서 얻은 수익으로 직원에게 목돈을 챙겨 주는 복지제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당수 은행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여기에는 각 은행의 이자이익 급증이 뒷받침됐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연간 수십조 원대의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경에는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 영향이 있다며 과실을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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