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자치분권 뒷받침 없이는 지방시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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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57개 권한 지방정부 이양 예정
재정·자치조직권까지 줘야 실효성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6개 분야의 57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6개 분야의 57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국토·해양, 경제·산업, 교육, 복지·문화 등 6개 분야에서 중앙정부가 가진 57개 주요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셈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과 특성에 맞는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훨씬 용이해져 날로 심각해지는 지방소멸 위기를 지역 스스로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재정·자치분권을 앞당길 수 있는 재정권과 자치조직권의 지방 이양을 적극 추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지방 이양 57개 권한의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비수도권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지자체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확대와 국가산단 유치 업종 변경권, 일자리 대책 수립·집행권, 지방대 재정 지원권 등이 그것들이다. 중앙정부의 통제나 간섭 축소와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 및 역할 확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향후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인구 절벽 현상에 따른 지역의 경제 쇠퇴와 교육 붕괴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한 이양이 차질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 지방자치제 도입 취지에 부합하길 바란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갖고 있는 지방관리항만 배후단지 개발권과 관리권,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대학 설립 승인권의 지방 이양은 부산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부산시가 항만과 배후지를 이용한 각종 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활용에 한계가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아서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자체적으로 부산항과 주변 지역의 발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항만관리권 이양도 필요하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역 발전과 지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이루려면 지역에서 직접 권한을 행사해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효과적인 까닭이다.

이번 중앙정부 권한의 이양 계획 결정 과정에서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은 자치조직권에 대한 논의를 올 4분기로 미룬 것은 매우 아쉽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재정권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아 유감이다. 57개 권한이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지방정부의 재정권과 자치조직권 확대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지방시대 개막은 요원하고 지방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13일 〈부산일보〉를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지방자치분권·지역균형발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낸 것은 이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권한 이양 과제 발굴과 과감한 이양에 힘쓰는 게 수도권과 지방의 공멸을 막는 길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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