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9대 부산시의회 좀 합니까?"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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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 정치부 차장

“9대 부산시의회 좀 합니까?” 정치계에 몸담았거나 시의원, 국회의원 등 소위 의원 배지를 달아 본 지인, 정치 입문에 관심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9대 시의회는 지난해 7월 개원하기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던 시의회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물갈이됐고 전체 시의원 중 초선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큰 변화가 생겼다. 당시 이들이 어떻게 의정 활동을 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9대 시의회의 첫해 성적표가 나오자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부산일보〉가 9대 시의회 출범 첫해인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조례 발의, 시정 질문, 5분 발언 등 주요 의정 활동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의원의 약 40%가 단 1건의 조례도 발의하지 않았고 절반 이상은 시정 질문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시의회 대다수를 이루는 초선 의원들이 의정 경험 부족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견도 현실화됐다. 조례 발의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20명 가운데 14명이 초선이었고, ‘시정 질문 0건’ 의원 30명 중에서도 25명이 초선이었다. 또 의정 활동 경험을 갖춘 재선 이상 다선 의원 12명 중 6명이 조례 발의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시정 질문을 한 건도 하지 않은 다선 의원도 5명이었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가 나오자 ‘시의원 연봉 수천만 원이 아깝다’ ‘시의원이 시민을 대표할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혹여나 시정 견제에 구멍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하던 이도 있었다.

문제는 9대 시의회 뿐 아니라 역대 시의회에서 출범 초반에는 늘 이런 혼란과 시행착오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새 의회 출범 후 향후 1년간 성장통을 겪는다’는 말이 지역 정가에서는 익숙하다. 그때마다 시민은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시책이나 사업이 시의회 견제 없이 통과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걸까?

만성적 ‘성장통’이 반복된다면 시의회 시스템의 문제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의원들이 시의회 개원 이전에 ‘의원 당선인’ 신분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나 연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부산시의회가 시의회 개원 전 ‘의원 당선인’에게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하루 일정의 오리엔테이션이 전부다. 의정 활동 관련 교육보다는 상임위원회 소개 등 시의회 전반의 정보를 제공한다. 개원 이후에는 민간·공공 위탁을 통해 2~4일 일정의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사실상 교육프로그램의 전부다. 그러나 이런 수준으로는 시의원들의 원활한 의정 활동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 지방의원 당선인들에게 교육과 연수 기회를 제공하도록 명시한 법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갑)은 지난달 초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의회가 의원 당선인들에게 교육과 연수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시의원이 제 역할이나 책임을 다하지 못 한다면 시정에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그 구멍으로 줄줄 새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매번 반복되는 시의회 성장통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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