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 단속 현장 가보니, 밀폐 공간에 매트·TV까지… 숙박업소 들어온 듯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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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구청·경찰 등 합동 점검
창문 없어 실내 못 보는 곳 다수
신체 접촉·성행위 우려 높아
“만화방·DVD방도 실태조사”

부산시가 구청,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룸카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한 룸카페 내부 모습.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시가 구청,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룸카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지난 10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한 룸카페 내부 모습. 나웅기 기자 wonggy@

“방마다 창문을 설치해야 하고 밀폐문도 개선해야 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룸카페. 지자체와 경찰 등 유관기관이 모인 룸카페 점검반은 룸카페 방마다 돌아다니며 업주들에게 개선 필요 사항에 대해 전달했다. 이날 점검반이 돌아본 방은 1평 남짓한 공간으로 매트와 푹신한 쿠션이 놓여 있었다. 방에는 TV와 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마치 모텔처럼 보였다. 룸카페 관계자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청소년은 작은 창문이 있는 청소년실로 보낸다”고 말했다. 점검반은 방 수에 비해 청소년실이 극히 적고 DVD방을 개조한 듯 밀폐된 공간이 다수라 19세 미만 출입 고용 금지 업소 스티커를 배부했다.


비슷한 시간대 부전동의 또 다른 룸카페는 고시원 긴 복도처럼 방 20여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였다. 최근 이슈가 된 침대와 화장실이 방 내부에 설치된 ‘모텔형’은 없었지만 창문이 없어 실내를 볼 수 없는 곳들이 다수를 이뤘다. 룸카페 측은 “모든 방에 창문을 설치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속한다고 나와 장사하는 입장에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부산시가 정부 지침에 따라 구청,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룸카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주기적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청소년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점검반은 이날 오후 7시부터 8시 40분까지 부산 부산진구 서면 룸카페 5곳을 사전 점검했다. 이날 점검은 룸카페가 ‘청소년 모텔’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업주들에게 단속 관련 지침을 알리고 계도하기 위해 추진됐다.

점검 대상이 된 룸카페 5곳 대부분은 창문이 없는 밀폐된 방들이 다수였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출입 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칸막이 등으로 나눠진 곳 △침구나 시청기자재 등 비치·설치된 곳 △신체접촉 또는 성행위 등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는 곳 등 경우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에 해당한다. 자유업·일반음식점 등으로 등록돼 있어도 이 기준에 위배해 영업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면 단속 대상이다.

시는 16개 구·군과 합동해 신·변종 청소년 유해 업소를 관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창문이 없으면 실시간 관리가 어려워 여성과 청소년 안전 등을 위해 실태 파악과 점검은 필요하다"며 "룸카페 뿐만 아니라 만화방, DVD방 등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룸카페 단속과 규제를 남발하는 행위가 청소년 성적 자기 결정권을 해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지나친 단속과 규제 강화가 청소년들을 음지로 내모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김찬 활동가는 “여성가족부의 단속 지침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 자체를 탄압하는 시도”라며 “청소년들이 성적 권리를 안전하게 실천할 수 있는 공간과 권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통제와 규제로만 접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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