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노점’ 철거 대신 제도권 편입 ‘상생’ 추구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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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항 준수 확약서 제출
중구청, 위생 등 관리 강화

부산중구청 건물 전경 부산중구청 건물 전경

불법인데도 원칙대로 철거할 수 없는 ‘노점’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 상생을 추구하는 시도가 진행된다. 지자체는 장기적으로 노점 규모를 줄일 수 있고, 노점상들은 지자체 관리 속에서 이미지 개선을 할 수 있어 상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중구에서 영업하는 노점상 460곳 중 448곳이 중구청에 노점상 확약서를 제출했다. 노점상 확약서에는 현재 노점상을 운영하는 사람의 영업권을 인정하는 내용과 영업권 전매 등을 금지하는 등의 10개 노점영업자 준수 사항이 적혀 있다. 해당 준수 사항을 어길 시 중구청이 해당 노점상을 폐쇄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번 협약은 노점의 애매한 지위를 명확하게 하고자 추진됐다. 노점은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시설이다 보니 위생이나 세금 등에 대한 마땅한 관리 방법이 없다. 영세 상인이 대부분이고 암묵적으로 장기간 영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철거를 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지자체가 노점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관리하는 것을 검토한 시도는 많았으나, 대부분 불법 영업을 인정해야 한다는 부담과 노점과의 협의 과정에서의 의견 충돌 등으로 무산됐다.

반면 중구는 남포동 BIFF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노점 영업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관리의 필요성이 절실해 구청 측이 실효성 있는 행정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노점상과 점포 상인들도 지자체의 문제 제기에 대부분 공감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점상 회장단과의 협의는 수월하게 이뤄졌다.

중구청은 이번 협약을 통해 노점상의 위생, 도로 보행 환경 침해 등을 관리할 수 있게 됐고 영업권 전매·전대 등도 금지시켰다. 위반 사례가 누적되면 노점상을 폐쇄할 수도 있다. 허가받은 노점상이 영업을 그만두면 신규 노점상이 들어설 수도 없다. 중구청은 쾌적한 도로 환경이 확보되는 수준까지 노점상을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노점상 측도 영업권을 보장받으면서 무단 도로 점용, 비위생적 조리 환경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재권 국제1번가 상인회 회장은 “기본 원칙이 확립되면 노점상의 부정적 이미지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근 점포 상인들인 전통시장회장단도 중구청과 노점상들의 상생 방안 모색을 위한 발전 위원회에 참석한다. 노점상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점포 상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촘촘한 관리 체계 구성과 노점상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일정 수준으로 노점상이 줄어드는 동안 위원회 활동으로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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