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내달 용역… 문제는 부지 찾기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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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30년 매년 정비 10억 투입
좁고 불편해 더 이상 성장 한계
단점 상쇄 35만㎡ 이상 확보 땐
엄궁과 멀어져 상인 반대 심해
부산시 “서부산 개발 이전 필수”

부산시는 사상구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는 사상구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서부산복합산업유통단지로의 이전이 무산된 사상구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새로운 이전 부지 찾기에 다시 나선다. 시는 용역을 통해 현재 좁고 낙후된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시는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노후화 문제 해결과 서부산권 개발을 위해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는 어디로?

시는 13일 ‘엄궁도매시장 이전 연계 유통업무설비 조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이르면 다음 달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예산 2억 9700만 원을 들여 16개월 동안 용역을 진행한다. 용역을 통해 시는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이전 부지와 타당성 등을 조사한다. 단순 농산물도매시장의 기능을 뛰어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집적할 계획이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계획은 2014년 시작됐다. 시는 강서구 대저1동 강서체육공원 일대를 이전 후보지로 지정해 타당성, 경제성 분석을 진행했다. 하지만 2016년 정부가 가덕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 후보지였던 대저동이 연구개발특구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시는 2017년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논의와 함께 강서구 강동동 일대에 조성되는 ‘서부산복합산업유통단지’ 개발 계획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이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에서 연이어 부결시켰다. 산업단지 조성이 필요했던 시는 엄궁농산물단지 이전 계획을 서부산복합산업유통단지 계획에서 제외했고, 지난해 10월 결국 심의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엄궁농산물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단지 성격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고 설명했다. 단지에는 바이오, 신소재 등의 산업이 들어올 예정인데 농산물이 들어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상인들이 이전을 반대한 것도 이전이 어려운 이유가 됐다.

결국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은 백지화됐고 예정된 부지는 일반 산업단지 부지가 됐다. 이름도 ‘유통’이 빠진 ‘서부산복합산업단지’로 변경된 상태로 사업이 추진되게 됐다.

■대규모 부지 물색, 상인 반대 변수

1993년 개장한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은 30년 동안 운영돼 노후화가 심각하다. 이를 정비하는 데 매년 10억 원 이상 투입되는 실정이다. 현재 안전 등급이 C등급이라 보수를 하며 운영하지만 E등급으로 떨어지면 당장 폐쇄해야 한다. 시에서도 매년 상·하반기에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좁은 부지(15만 4000㎡)로 인한 불편도 적지 않다. 시가 서부산복합산업유통단지로 이전을 계획할 때 35만 ㎡ 규모의 이전을 추진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단순한 도매시장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에 한계가 있어 청과와 화훼 도매시장 기능은 물론 판매장 등 종합유통센터 쪽으로 사업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지다. 현재의 단점을 상쇄할 만한 35만㎡ 규모의 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대형 부지를 찾을수록 현재 위치인 사상구 엄궁동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상인들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유통망과 상권이 갖춰진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영업 환경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시의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서부산 개발과 엄궁농산물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전이 필수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부지는 매우 좁아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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