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적절한 만남” “낙하산”… 부산 금융 공기업 사장 선임 ‘잡음’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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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후보 5명 중 1명일 뿐인데
박동영 후보, 사내 관계자와 만남
선임 절차 진행 중 업무 개입 의혹

한국예탁결제원
후보 3명 중 이순호 실장 내정설
윤 대통령 캠프 출신, 전문성 논란
노조 “절차 중단하고 재공모해야”

사진은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진은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이달 말 차기 수장 선임을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인 부산 금융 공기업 두 곳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한 후보가 내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 사전에 업무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의 사장 내정설이 불거진 한국예탁결제원에서는 노조가 본격적으로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사장 후보로 지원한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최근 내부 고위 관계자 등과 잇따라 회동을 가져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부사장과 HUG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8일 서울에서 저녁 자리를 가졌다. 이어 다음날 오후에도 서울의 한 회의실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HUG 고위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확인해 주기 곤란한 상황이다. 관련해 할 이야기는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금융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부사장은 이미 이날 만남에 앞서 HUG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자리가 업무보고 연장선이었으며 인사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HUG는 이들의 만남이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 10일 다면평가를 진행했다. 다면평가는 HUG가 승진 대상자들을 상대로 직원의 선호도를 물어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다. 내부 인사 요인이 있을 때 진행하는 절차다.

통상적으로 내정자일 경우 이 같은 행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취임, 업무 인수·인계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인으로 후보가 좁혀졌을 경우 일반적으로 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박 전 부사장이 여전히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지원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HUG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사장 후보자를 심의, 의결하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회의에서 임추위가 올린 5명 모두를 차기 사장 후보자로 의결해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5명의 후보에서 추가로 압축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는 27일 HUG가 주주총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HUG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는 “현재 HUG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부산의 또 다른 금융 공기업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차기 사장 내정설이 제기되며 진통을 겪고 있다. 예탁결제원 임추위는 최근 회의를 열고 신임 사장 후보 11명을 3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28일 최종 사장 후보를 선임한다는 계획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 유력설이 제기된 상태다.

2013년 우리은행 출신 김경동 전 사장 이후 유재훈·이병래 전 사장과 이명호 현 사장 등 최근 3차례에 걸쳐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가 연달아 사장으로 임명돼 이번에도 비슷한 기류가 이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실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자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 실장이 은행분야 위주로 연구해 온 ‘은행 전문가’라는 점도 유력설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였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실장은 지난해 대선 국면 당시 윤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에 들어가 활동했다. 이 실장과 김 부위원장은 대학 동기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낙하산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에 예탁결제원 내부에서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내정설이 불거진 상황에 대해 임추위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모두 상실됐다고 비판한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절차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재공모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이 실장은 자본시장에서는 비전문가인데다 예탁원같이 큰 규모의 집단을 이끌어 본 경험도 없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오는 15일과 23일 각각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 사옥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실장 반대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이같은 논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촉구하는 공개 서신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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