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긴 라면 먹었다며 전치 8주 폭행에 물고문…지옥같던 두 가족의 동거 [사건의 재구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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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다투고 집을 나와 직장동료 가정에 의탁
집 나온 모자(母子)를 부자(父子)가 폭행·고문
옷 벗겨 비비탄 총 쏘고, 바닥에 압정 깔아 얼차려
남은 음식 먹으면 구타·물고문…금품도 갈취
법원, 아버지 징역 4년·아들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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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같았던 A(47) 씨와 B(48·여) 씨는 두 사람의 아들들이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2016년 8월 B 씨가 자신의 남편과 다툰 이후 아들인 C(당시 17세) 군과 집을 나오자 A 씨는 아내의 허락 하에 이들을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들였다.

B 씨는 집안일이나 A 씨의 개인 영업 등을 도와줬고, A 씨 역시 처음에는 B 씨와 C 군을 한가족처럼 대했다. 하지만 한 두달이 지나자 A 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A 씨는 C 군의 훈육을 명목으로 C 군의 옷을 벗긴 뒤 신체 주요 부위에 비비탄 총을 여러 차례 쐈다. C 군은 신체 주요 부위가 크게 부어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다.

C 군이 A 씨의 의붓아들인 D(당시 17세) 군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적발돼 소년원에 들어가자 폭행은 심해지기 시작했다. A 씨는 ‘일할 생각도 없고 답답하게 산다’며 B 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2017년 1월에는 C 군이 A 씨 집에서 도망쳤다는 이유로 B 씨에게 자신의 아들을 직접 때리도록 지시했다.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A 씨는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이 같은 폭력은 B 씨가 일반인에 비해 지적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로 되풀이됐다.

아버지의 폭행에는 아들인 D 군도 동참했다. D 군은 피해자들이 도망치려 했다는 이유로 B 씨를 폭행하고, C 군은 얼차려 자세를 취하게 한 뒤 무릎과 배 밑에 압정을 깔아두기도 했다.

B 씨는 전치 8주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해를 입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먹다 남긴 라면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D 군에게 ‘니가 알아서 해라’고 했고, D 군은 B 씨를 바닥에 눕혀 여러 차례 밟거나 걷어 차 갈비뼈를 골절시켰다.

또 다른 날 D 군은 피해자들이 집안의 음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화장실 대야에 치약과 바디워시를 푼 뒤 B 씨와 C 군의 머리를 여러 차례 집어넣었다 빼는 물고문을 자행하기도 했다.

A 씨는 또 폭력과 고문으로 겁을 먹은 B 씨에게 시댁으로부터 돈을 받아올 것을 시켜 9차례 걸쳐 262만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돈을 받아내기 위한 말하기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뺨을 때리는 것 정도는 예사였다.

2017년 4월 A 씨는 B 씨가 허위로 작성한 금전차용증서를 토대로 B 씨의 남편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다 같이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B 씨의 남편이 B 씨의 몰골을 보고 놀라 바로 병원에 데려갔고, B 씨는 그제서야 A 씨와의 지옥 같은 동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박무영)는 14일 중상해, 공갈, 특수폭행,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중상해, 폭행,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아들 D 군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D 군에 대해서는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 모자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행세를 하면서 의붓아들과 함께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무겁고 범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특히 B 씨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상해를 입는 등 피해자들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D 군 역시 모자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상해를 가했다”며 “헬멧 미착용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적발되자 경찰관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범행도 저질렀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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