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공시생 역할 맡아 분장을 거의 안 했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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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출연
오랜 시간 교제한 연인 이별 과정 표현
현실적 모습 담아낸 ‘슴슴한 작품’ 매력

배우 이동휘가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로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키이스트 배우 이동휘가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로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키이스트

“생소한 느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작품의 신선함에 끌렸죠.”

배우 이동휘는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와의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이 작품에서 공무원 준비생 ‘준호’를 연기했는데, 이별한 남자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빚어 눈길을 끈다. 그간 유쾌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작품의 본질은 결국 사랑 이야기”라며 “분장을 거의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섰다”고 했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 교제한 연인의 이별 과정을 비춘다. 준호는 연인인 아영의 지원을 받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캐릭터다. 공부에는 영 흥미가 없지만, 임기응변이 좋고 배려심이 깊다. 이동휘는 “준호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겼다”며 “본래 내 모습에서 출발하는 연기도 좋지만,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준호’같은 사람을 못 견디는 편”이라며 “저는 뭔가를 계속하는 편이라 집에 늘어져 있는 준호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준호는 생활에 젖어 편안함이 익숙해진 사람이에요. 복에 겨운 사람이죠. 솔직히 이해는 되지 않았어요. 저는 지망생 때 집에 있는 걸 견디지 못했거든요. 어떻게든 나가서 프로필 자료를 돌리려고 했어요. 돌파구를 찾으려 절박하게 살았죠.”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 컷. 배급사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 컷. 배급사

이번 작품에선 분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 이동휘는 “메이크업을 아예 안 한 장면도 있다”며 “현장에 분장팀이 있었지만, 최대한 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배우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이는 게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모습”이라며 “이런 (현실적인) 영화를 할 때는 강박처럼 그런 점을 지키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슴슴한 작품’이라고 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잖아요. 매운맛, 신맛같이 자극적이진 않지만 말이에요. 상업적인 공간에서 제 몫을 다할 때도 있지만, 저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거든요.”

이동휘는 최근 의미 있는 작품을 또 만났다고 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다. 그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한 장원석 프로듀서가 9년 만에 건넨 대본”이라며 “너무 좋았다”고 했다. 이동휘는 “누와르, 갱스터 무비 대본을 줄 거라고 상상 못 했다”며 “그 인연이 ‘범죄도시4’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배우 최민식과 연기 호흡을 맞춘 점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단다. “연기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눈빛을 마주할 때면 경외심이 들었어요. 선배의 얼굴과 카리스마를 보며 놀랐죠.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어요. 제 연기 생활의 변곡점을 맞은 것 같아요”

이동휘는 조명이 꺼진 시간을 견디면서 단단해졌다고 했다. 그는 “예능 ‘놀면 뭐 하니’ 전까지 1년 반, 영화 ‘극한직업’ 전에 1년 반 정도 작품을 안 하거나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 점점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간 동안 나름대로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연기 지망생 시절, 안될 거라며 꿈을 내려놓으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응답하라 1988’이 찾아왔죠. 힘든 시간이었지만, 중요한 걸 알게 됐어요.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온다는 걸 알았죠. 연기를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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