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 없으면 지역 소멸 해결 불가능해”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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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위 이정현 전략기획위원장

"장관급 제안받았지만 지방소멸 해결이 더 시급"
"중앙 권한 과감히 지방 이양해 역량 키워야"

이정현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 균형위 제공 이정현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 균형위 제공

정당 사무처 직원에서 출발해 보수 여당의 대표를 지낸 인물, 영남 기반의 보수정당 공천으로 호남에서 두 번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물, 하지만 정치 인생 내내 모신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함께 산화한 인물이 있다. 이정현(65·사진) 대통령 소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위원장은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새누리당 대표를 사임하고 탈당까지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에 복당,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해 18.8%의 득표율을 보이면서 화려하게 정치권에 돌아왔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장관급 공직을 제안받았지만, 굳이 선택한 자리는 균형발전위 전략기획위원장이었다. 당대표, 청와대 홍보·정무수석, 3선 의원을 지낸 거물이 균형위에 자리잡은 이유를 물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장관직을 제안했는데, 이 자리를 자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 국민통합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고, 호남 문제 해결 없는 국민통합은 어렵고, 제가 호남과 새 정부를 연결하겠다고 정중히 역제안했다"면서 "대통령이 흔쾌히 승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지역소멸이 극도로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방소멸이)국가 재앙 수준이다. 국가대개조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소멸은 해결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극심하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을 지방소멸의 해법으로 과감한 권한 이양을 제시했다. "외교, 안보만 제외하고는 '지방정부'라고 부를수 있을 만큼 재정, 교육, 복지, 환경, 치안, 입법, 조직 등 모든 분야의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을 주창했지만 오히려 악화됐다"며 "이유는 재정, 조세, 인사, 입법 등 종합계획은 중앙이 움켜쥐고 주도적으로 다 해왔다. 말로만 지역 균형을 외쳤다"고 비판했다. 정치적으로 생색내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지역정책 사례로 "'지방시대위원회' 신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사실을 내세웠다. 그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 주도로 특화된 지역 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치특구가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역대 정권 가운데 지역 균형발전에 가장 큰 기여한 시절을 박정희 대통령 때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단 수도권 정비계획에 따라 서울의 적정 규모를 정하고 그린벨트로 철저하게 묶었다"면서 "전남 여천에 화학단지를 만들고 전남대는 화학공학과를 집중 육성했다. 창원에는 중공업단지를 조성하고 부산대에 기계공학과를, 구미는 전자공업단지를 만들고 경북대에 전자공학과를 키웠다"고 대학과 산업의 연계를 강조했다. 이어 "대전 대덕에 최고 지식인들을 내려보내고 과학단지를 조성한 것도 박정희 정권 때의 업적"이라고 덧붙였다.

영호남 지역갈등 해결 방안을 물었다. 이 위원장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이렇게 말하면 생각하지도 않던 코끼리를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한다"며 "지역감정은 정치인들이 해소하겠다고 떠들지 않으면 잦아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가볍게 이기는 단 하나의 비결은 국민의힘 정부에서 호남을 잘 살게 해버리는 것"이라고 나름의 비전을 제시했다. 앞으로 어떤 정치적 진로를 구상하고 있을까. 이 위원장은 "최선을 다해 호남 문제와 지방 소멸을 막는 일에 몰두하겠다"면서 "그 다음은 그 때 가서 국민께 염치가 생기면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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