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시리아 국경 개방 합의… 반군 지대 구호활동 숨통 트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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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참사

3개월간 통로 2곳 열기로 결정
알아사드, 인프라 재건 요청도
지원 끊긴 북서부 극심한 고통
두 나라 사망자 3만 7000명대

시리아와 유엔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의 반군 장악 지역에 구호물자가 전달될 수 있도록 국경 추가 개방에 합의했다. 이날 민간 구호대 ‘하얀 헬멧’ 등 시리아 인도주의 단체 회원들이 반군 장악 지역 사르마다에서 유엔의 지원 실패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와 유엔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의 반군 장악 지역에 구호물자가 전달될 수 있도록 국경 추가 개방에 합의했다. 이날 민간 구호대 ‘하얀 헬멧’ 등 시리아 인도주의 단체 회원들이 반군 장악 지역 사르마다에서 유엔의 지원 실패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정부와 유엔이 지난 6일 발생한 대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국경을 추가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접근이 차단된 반군 지대(부산일보 13일 자 12면 보도)에도 인도주의 지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3일(현지시간) 유엔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시리아의 반군이 점령한 북서부 지역에 국제사회 구호품 전달이 가능하도록 국경 통로 두 곳을 추가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통로는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북서부로 들어가는 바브 알살람과 알라이로 개방 기간은 3개월이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이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합의했으며,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합의 내용을 전달했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시리아 국영 SANA통신도 알아사드 대통령이 유엔 그리피스 사무차장과 만나 국경 개방을 합의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들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여파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도주의 긴급 원조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알아사드 대통령은 반군이 장악·지배하고 있는 지역을 포함해 시리아 모든 지역에 긴급 구호를 투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또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 국민의 안정과 난민들이 돌아오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국제 사회에 인프라 재건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날 트럭 6대를 포함해 현재까지 유엔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총 58대가 튀르키예 국경을 통해 시리아 북서부 지역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이번 지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구호도 복잡해졌다. 더욱이 알아사드 정권은 시리아가 받는 모든 원조는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지진 피해가 큰 북서부 반군 통제 지역의 위기가 가중됐다. 지진 피해지역 구호물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014년 결의 이후 유일한 통로가 돼 온,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이 육로 바브 알하와를 통해서만 전달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진 피해가 집중된 시리아 북서부 반군 지역에선 생존자 수색·구조 활동마저 사실상 멈췄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 지역의 유일한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지난 10일 구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하얀 헬멧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서부 4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서 집 479채가 완전히 붕괴됐고 건물 1481동이 부분 파손됐다”면서 “우리 팀이 108시간 동안 수색한 끝에 이제 생존자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간 하얀 헬멧은 첨단 구조 장비 없이 곡괭이와 지렛대로 구호 작업을 해왔다. 생존자들도 맨손으로 잔해를 헤치고 땅을 파며 구조에 동참했다. BBC에 따르면 강진으로 두 자녀와 집을 잃은 시리아인 아부 알라는 “13살 난 아들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 더미를 파냈다”면서 “결국 숨진 아들을 찾아 딸의 시신 옆에 뉘였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장비와 구조대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응답하지 않았다”고 국제사회를 향해 절규했다.

한편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두 나라의 사망자가 3만 7000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날 튀르키예 강진 사망자가 3만 1643명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시리아 서북부의 반군 지대에서는 최소 4300명이 숨지고 760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 수를 더하면 숨진 사람은 5714명이 넘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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