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원 못 받을 만큼 영세해 더 서러운 수산가공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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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공장·이중 지원 이유로 대상 제외
경쟁력 키워서 지역 경제 활력 주도해야

수산가공업체가 밀집한 부산 서구 부산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서 일본 수출용 김의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수산가공업체가 밀집한 부산 서구 부산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서 일본 수출용 김의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에 소재한 수산가공업체들이 ‘영세하다’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진행하는 ‘수산가공 설비 지원 사업’ 보조금 대상에 수산물 가공·수출 업체가 집적한 부산 서구를 아예 제외했다고 한다. 부산공동어시장과 감천항을 끼고 있는 서구에는 부산 400여 수산물 가공 및 수출업체 중 95개 업체가 있고, 이 중 56개는 정부가 수산가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암남동 수산가공선진화단지 임대공장에 입주한 상태이다. 세계적인 수산식품 회사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입주한 업체들만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의 지원 대상 제외 이유를 들어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수산가공선진화 단지에서 임대공장을 사용하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 위주여서 ‘이중 지원’은 곤란하고, 임대공장은 보조금 사후 관리가 어려워 제외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극도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정부 예산으로 임대공장 단지를 만들어 놓고, 사후 관리를 운운하며 후속 지원을 거부한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산가공 설비는 임대료와는 지원 항목이 달라서 ‘이중 지원’과는 관계조차 다른 상황이다. 정부 스스로 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적극성과 정책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양·수산 수도’라 자처하는 부산은 수산물 가공업 생산량은 27.2%(37.4만t)로 전국에서 1위, 생산액은 21.2%(1조 4214억 원)로 2위, 종사자 수는 5223명(13.8%)으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에서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은 산업 분야다. 수산가공 분야는 같은 식품이지만, 막대한 예산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와 산하 기관의 식품 사업 지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 해수부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중앙 부처이다. 세계적으로 수산식품이 고차 가공을 거치는 제품으로 발전하고 있고, HACCP 및 FSSC22000 등 공장과 제품 인증을 획득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설비 고도화에 해수부의 전격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수출과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부산의 수산가공 소상공인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살아야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력도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삶을 단단하게 챙기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수산가공 분야 영세 소상공인들이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도록 해수부와 부산시, 관할 구청의 관심과 대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강소기업, 백년가게, 수출유망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촘촘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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