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복지기금 수령 강요 수사” vs 건설노조 “시 중재·단협 명시 사항”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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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건설노조 압색 쟁점
경찰, 복지 명목 갈취 행위 수사
위력 행위 입증이 최대 쟁점
노조, 정부·경찰 규탄 기자회견
“타임오프제 대신한 발전기금”

부산지역 건설노동자들이 14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전날 벌어진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부산지역 건설노동자들이 14일 부산경찰청 앞에서 전날 벌어진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경찰이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압수수색(부산일보 2월 14일 자 10면 보도)하자 건설노조가 이에 반발하면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은 건설노조가 업체들을 상대로 복지기금을 갈취했다고 보는 반면 노조는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맞서 노·정 갈등은 격화될 전망이다.

14일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레미콘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2019년 노조를 조직해 2020년 부산시 중재로 사측과 임·단협을 체결했다”며 “복지기금은 안전 관리와 고충 처리 등을 위한 타임오프제를 노조에 제공하기 어려운 사측의 입장을 반영해 최소한의 발전기금으로 대신하기로 협약서에 명문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기금도 시 중재를 거쳐 사측과 적법하게 협의해 운용해 왔는데 노조가 돈을 갈취했다고 한다”며 “건설노조 탄압을 위해 사실마저 왜곡하는 정부와 경찰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13일 노조가 레미콘업체로부터 복지기금을 받는 과정에 압력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압수수색했다. 노조가 레미콘업체들과 임금협상을 맺으며 조합원 복지 등에 쓴다는 명목으로 복지기금을 받아 왔는데,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복지기금은 레미콘업체가 회사 규모별로 갹출하는 운송 기사 복지비다. 업체를 상대로 한 노조의 위력과 강요 행위 입증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경찰이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모든 행위를 불법과 협박으로 규정한다고 지적한다. 건설현장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불안정 일용직 고용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해 한 곳에서 여러 해 일하지 못하고 전국 여러 사업장을 돌며 일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않다 보니 사측도 노조법에 따라 보장되는 타임오프제 도입을 난감해 한다고 노조는 설명한다. 타임오프는 현장 안전 점검과 고충 해결을 위해 근로시간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조합원에게 노조 활동 시간을 보장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조는 사측과 상생하는 방안으로 타임오프제 대신 이에 준하는 복지기금을 만들어 노조 상생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 중재하에 임단협 협상을 진행했고 복지기금과 관련된 내용이 단협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위법 행위가 있을 수 없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울경지역본부 이기윤 노동안전보건부장은 “건설노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으니 복지기금 관련 협의도 단체교섭이 아니라 협박이라고 프레임을 씌운다”며 “시 중재하에 임·단협 협상도 진행했고 불법 행위가 없다. 국면 전환을 위해 민주노총 악마화에 몰두한 정부가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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