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비우고 마음으로 채우니… ‘충만한 고독’ [전시를 듣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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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학 개인전 ‘물과 산, 그 사이에서’
21일까지 해운대 소울아트스페이스
뒷모습, 마음의 풍경으로 시선 유도
“수묵의 단조로움이 생각 깊이 심화”

강선학 '산수운 2023-4'.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강선학 '산수운 2023-4'.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산이 있고 산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를 보는 관람객이 있다.

강선학 작가 개인전 ‘물과 산, 그 사이에서’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평론가이자 화가로 글쓰기와 작업을 병행하는 작가가 오랜만에 대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강 작가는 “지난해 고향인 마산에서 처음으로 가진 전시에서 대작을 일부 전시했지만, 본격적으로 대형 신작을 공개하는 것은 거의 5년 만인 것 같다”고 했다.

강 작가는 10년 전부터 그림에 사람을 넣고 있다. 굵은 묵 선으로 이뤄진 산을 바라보는 한 사람, 헐벗은 나무 옆에서 먼 곳을 보는 두 사람. 작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그린다. “앞모습을 그리면 표정이 들어가겠죠. 그러면 사람들이 표정으로 작품 전체를 이해하려고 해요.”

뒷모습은 그림 그 자체로 보는 이의 시선을 유도한다. 또한 그림 속 인물이 바라보는 허공, 즉 마음의 풍경 속으로 관람객을 이끄는 장치가 된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에서 ‘고독’이 떠오른다. 단어가 주는 느낌 탓에 ‘그림이 쓸쓸하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지만 강 작가의 그림에서는 ‘온기’가 느껴진다. “혼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얻게 되는 충만함, 그런 것이죠.”

강선학 '산수운 2023-7'.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강선학 '산수운 2023-7'.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강선학 '산수운 2023-10'.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강선학 '산수운 2023-10'.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그림 ‘산수운 2023-4’에는 강 위에 떠 있는 또는 강기슭에 놓인 배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인다. 작가는 바위나 나무는 세속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를 타고 있는 것은 강물의 흐름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의미죠.” 멈춰 있는 배처럼 마음도 흐름에 좌우되지 않고 머문다. 멈춘 마음을 우리는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강 작가는 수묵화가 ‘깊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수묵이 주는 단조로움이 생각의 깊이나 폭을 더 심화시키는 것 같아요.” ‘볼 것’을 최소화해서 화면에 여백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반적으로 빈 공간에 물빛을 칠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칠하지 않아요. 공간 구성에 따라 여백이 하늘이 되기도 하고 물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수묵화 신작 17점을 만날 수 있는 ‘물과 산, 그 사이에서’전은 21일까지 이어진다. 강 작가는 이번 전시를 마치고 나면 한동안 그림은 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작가가 99%를 차지하는 미술평론집을 준비하고 있어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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