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수필선집 ‘추억 버리기’
글쓰기 본질 등 다룬 66편 실어

정인호 수필선집 <추억 버리기> 표지.

‘수필은 읽기가 쉬워야 한다. 부족한 듯 모자라는 듯 독자가 다가서는 데 부담감이 없어야 좋은 수필이다. 겉은 신변잡기 같아도 속이 서정적으로 꽉 차야 대접 받는다…(중략)…수필이라고 해서 독자들이 수준을 보는 눈이 없고 안목이 없으랴. 수필을 허투루 대하면 수필도 사람을 얕잡아 본다.’(‘미쳐야 산다’ 중).

좋은 수필의 본질을 적확하게 꿰뚫은 말이다. 정인호 수필가가 펴낸 수필선집 <추억 버리기>(세종출판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지금까지 7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수필집을 낼 때마다 50여 편으로 책 한 권을 묶었으니 수필은 모두 350여 편에 달한다. 그 가운데 66편을 골라서 이번 수필선집을 출간했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삶의 혜안을 담은 글들이 많다.

무엇보다 글쓰기의 근본에 대해 성찰한 내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글쓰기 공부는 내 마음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했다. 내 삶을 생각하고 인생을 관조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참된 글 아름다운 글을 쓰고자 고민하다 보면 무엇이 참된지 무엇이 진리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벽’ 중).

일상에서 천대받는 1원짜리를 자신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삶의 지혜도 번뜩인다. 저자는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보낼 때 마지막 숫자에 1원을 더 붙인다. ‘50,001원’ ‘100,002원’이라는 숫자 뒤에 1이나 2를 붙여 상대방에게 자신을 각인시킨다. 그는 ‘하찮게 여겼던 것이 상대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1원 이야기’ 중)고 강조한다.

경북 안동 출신인 정 수필가는 2001년 <문예한국> <현대수필>로 등단했다. 부산시문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