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폐해 시중은행, ‘완전 경쟁 체제’ 대대적 손질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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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돈 잔치’ 국민 위화감 조성
윤 대통령 ‘상생 금융’ 역할 강조
성과급 등 보수체계 개선도 지시

15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고금리로 기업·가계 고통이 늘어난 요즘 은행들이 나홀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의 영업·경영 구조 전반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15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고금리로 기업·가계 고통이 늘어난 요즘 은행들이 나홀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의 영업·경영 구조 전반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이른바 ‘돈 잔치’ 논란과 관련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서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성과급 등 보수체계도 뜯어고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우리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며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 방안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이 ‘비상경제민생회의 관련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은행이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지원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위해 국민이 어려울 때 상생금융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현재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여·수신 시장에서 5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가격 책정 시 과점적인 게임을 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이 모두 1조 3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은 ‘돈 잔치’ 비난이 커지는 것이 결국 이들 은행 과점 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려 했던 영국의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산업간 경쟁 촉진이 필요해 은행 신설을 유도했는데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 일명 ‘챌린저 은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감원은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 전문은행 확대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업의 경우 단일 인가 형태지만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할 경우 5대 은행처럼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복안이다. 예컨대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이 나올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방침이다. TF는 은행권이 과점 구도에 기대 이자 수익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근본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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