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재주는 AI가 부리고 우리에게 남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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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희 공모 칼럼니스트

2007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아이폰은 우리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파급력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수많은 서비스가 탄생하고 사라졌으며 산업은 재편되었다. 그리고 2023년 현재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또 다른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챗GPT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둑을 두고 그림을 그리는 특수한 역할을 뛰어넘어 보고서를 작성하고 코딩을 짜며 사람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전문직 면허 시험부터 대학원 시험까지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하니 과연 AI 앞에서 인간이 설 자리가 남아 있을지 걱정이다. 20년 뒤라고 어림잡아도 현재의 청년 세대는 AI 확산의 여파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의 허리’로 일컬어지며 한창 직업 활동에 종사하고 있을 장래의 중·장년 시기에 격변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 업무 대체 가능 AI 속속 등장

현 일자리 존속 여부 두려움 커져

엄청난 능력의 AI도 맹점은 있어

육체노동·영성 등 분야에서 한계

거대한 기술혁신의 흐름 속에서도

인간 존엄성은 반드시 지켜 내야

자연스럽게 어떤 직종이 미래에 살아남고 AI에게 대체되지 않을지 고민해 본다. AI가 갖추지 못한 약점 혹은 AI와 비교해 인간이 지닌 강점에서 힌트를 얻자면 몸으로 하는 일, 감정을 다루는 일, 관계를 맺는 일이 먼저 떠오른다. 인간이 AI보다 탁월한 점으로 언급되는 보편적인 예시들이다. 우선 AI는 지능이기 때문에 신체가 없고 이성만으로 인간의 고유한 감정을 정확하게 헤아리기 어려우며 관계의 미묘함과 복잡성을 다루지 못한다.

구체적인 직무로 떠올려 본다면 육체노동, 심리상담, 대면영업 등이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일로 꼽힌다. 예컨대 AI는 우울증 환자에게 세로토닌과 수면제를 처방해 줄 순 있지만 우울한 감정의 내면을 살피고 심리에 공감하고 성찰을 돕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편 관계의 줄타기는 특유의 눈치와 적절한 타이밍, 상황 판단이 중요하기에 대면영업과 외교 같은 일은 AI에게 버거워 보인다. 정리하자면 AI는 육체(Body), 영성(Spirit), 관계(Relations)라는 세 가지 요소에 결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AI의 허점은 경제학이 전제하는 자본주의 작동 원리와 유사한 맥락을 공유한다. 시장경제는 신뢰에 기반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며 물리적인 실체가 없다. 또한 모든 인간을 무한히 이기적인 존재로 상정하기에 인간의 이타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감정도 없다. 마지막으로 제한적인 게임이론과 비교우위 기능만을 강조하는 거래의 조건은 상호관계 및 국가 간의 지정학적 관계를 논의하지 못한다. 이는 이론과 시스템이 결코 포용하지 못하는 인간성에 관한 영역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지난 역사를 통해 자증(自證)한 혁신적인 경제체제이기도 하다. 인간의 이기성이 촉발한 자율적인 경제활동으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가장 큰 풍요를 이루었다. 동시에 자본주의의 등장은 자원 분배에도 기여했는데, 중세까지 극소수의 상류 계급만이 독점했던 부를 민주화하는 동력이 되었다. 물론 지금의 모습은 피케티의 역설대로 분배가 다시 왜곡되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말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지식의 민주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터넷이 이룩한 정보의 민주화를 넘어 앞으로는 전문 지식까지도 개인이 AI만 있다면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전문성의 경계를 허물고 지적 불평등이 해소되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 볼 수도 있다.

거창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건 인공지능이 인류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할 엄청난 창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역시 근대에 창조된 시스템이다. 편의상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펴낸 1776년을 기원년으로 삼는다면 최소 25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근대의 대표작이다. 이는 초반에 언급한 아이폰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21세기의 발명품인 스마트폰은 인터넷과 네트워크 연결성이라는 시스템의 대발명에 부속해 있다. 구분하자면 ‘창조/대발명’과 ‘발명’으로 표현의 차이를 둘 수 있겠다. 즉 AI가 창조된 결과로서 챗GPT는 발명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향후 AI가 잉태할 발명은 무궁무진하다.

먼 미래 AI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시스템이 되어 있을까. 현대 자본주의 아래서 경험하는 한계성과 교훈에 비추어 반드시 지켜 내야 할 가치는 언제라도 인간성이다. 우리는 모든 걸 시장에 완전히 내맡겨 시스템적으로만 움직이도록 놔두지 않으며 부단히 지켜보고 수정하고 개입하고 개선한다. 사람에게 주어진 영역이며 그 일을 소홀히 할 때 사회적 안정성과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 있다. AI가 거역할 수 없는 압도적인 흐름으로 몰려오고 있는 변곡점에서 AI의 장점과 기여를 취하면서도 잃지 말아야 할 절대적인 가치는 어쩌면 우리가 이미 겪어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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