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발전기금 고갈 위기, 정부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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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 산업 전반에 타격 불가피
안정적 재원 마련 위한 정책 세워야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건물.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건물. 부산일보DB

국내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해 쓰이는 영화발전기금이 고갈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다. 올해 예정된 각종 사업에 쓰고 나면 남는 여유 자금이 겨우 27억 원 정도라는 게 영화진흥위원회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관객 감소가 원인이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관 입장료에 일정 금액을 부과해 충당한다. 2019년엔 부과금이 545억 원이 넘었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에는 105억 원으로 급감했다. 2021·2022년에도 부과금은 170억 원대에 그쳤다. 감소폭이 영화계만으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를 방치하면 그동안 한껏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의 제작·유통은 물론 관련 산업 종사자나 약자 계층의 복지 향상 등 사용 범위가 꽤 넓다. 전문 인력 교육 같은 영화 산업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꼭 필요하며 국내 영화의 해외 진출에도 쓰인다. 특히 열악한 환경의 지역 영화나 독립·예술 영화는 영화발전기금의 지원 없이는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화발전기금 고갈이 영화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위기를 해소할 방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내년에 쓸 돈이 없는데 한가히 영화 관객 증가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영화계로선 정부 차원의 대책이 간절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영화발전기금 고갈 우려와 새로운 재원 확보 요구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도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그 하나다. OTT 산업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 원을 넘었고 2025년에는 2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런 성장세는 국내 영화 산업의 토대 위에서 이뤄진 것이라 OTT에 영화계가 보상을 요구하는 건 정당하며, 독일 등 실제로 OTT에 분담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다는 논리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됐다. 하지만 OTT에 기금을 부과하는 건 관련 업계의 협의와 입법 과정이 필요한 만큼 역시 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영화발전기금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재도약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덕인지 정부는 지난해 8월 영화발전기금에 800억 원의 국고를 투입키로 했다. 하지만 이 출연금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 상환에 우선 집행할 예정이라 영화발전기금 고갈 위기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요컨대 단발성이 아니라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영화의 저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건 영화계만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이기도 함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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