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이너 거리’ 핵심 ‘스타게이트 영상’ 결국 없어진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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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고장에 3개월째 가동 중단
중구청, '재생 패널' 없애기로
"유지보수 어려워 이미지 대체"
12억 들인 당초 취지 상실 비난

흉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엔터테이너 거리 핵심 설치물 스타게이트의 영상 콘텐츠가 제거 수순을 밟게 됐다. 스타게이트 모습. 부산일보 DB 흉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엔터테이너 거리 핵심 설치물 스타게이트의 영상 콘텐츠가 제거 수순을 밟게 됐다. 스타게이트 모습. 부산일보 DB

잦은 시설물 고장과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흉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부산 중구 ‘엔터테이너 거리’(부산일보 2022년 12월 19일 자 10면 보도)에서 영상 콘텐츠마저 볼 수 없게 됐다. 유지 보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제거 수순을 밟게 된 탓이다. 핵심 콘텐츠가 사라지게 되면서 12억 원이 투입된 엔터테이너 거리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중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엔터테이너 거리에 설치된 ‘스타게이트’ 영상 패널 15개를 제거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구청은 영상물 대신 부산을 배경으로 한 유명 영화 포스터나 명장면을 담은 이미지를 아크릴로 제작해 스타게이트에 부착할 계획이다. 현재 구청은 엔터테이너 거리 콘텐츠 전반을 변경하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6월 스타게이트 영상 패널 제거 등 콘텐츠 변경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엔터테이너 거리는 구청이 지난 2017년 BIFF 광장에서 광복쉼터까지 630m 구간에 총 12억 원(국비 6억 원, 시비·구비 각각 3억 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연예인을 주제로 이색 볼거리 등을 제공해 유동 인구를 늘린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콘텐츠 빈약과 홍보 부족으로 조성 초기부터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다.

지역 특성상 비바람과 해풍 등이 강해 스타게이트 영상 패널이 자주 고장나면서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예 영상 재생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구청은 스타게이트가 기대했던 효과를 못 내는데다 유지 보수도 쉽지 않자 영상 재생을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거리의 핵심 콘텐츠로 꼽혔던 스타게이트 영상 재생이 사라지게 되면서 엔터테이너 거리는 부산 문화·예술 역사를 보여주겠다는 원래 취지는 물론 관광상품으로서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구청은 아크릴 이미지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단순 콘텐츠에 불과해 스타게이트가 평범한 조형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초 해풍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기기 설비를 설계해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구청이 너무 안일하게 콘텐츠 변경을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게이트가 엔터테이너 거리의 특성을 좌우하는 핵심 설치물인 만큼 충분한 검토를 거쳐 콘텐츠 교체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여자대학교 관광학부 박보근 교수는 “거리 광고판도 영상을 사용하는 시대인데,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진취적인 아이디어로 중구 문화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있는 시설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영상 패널은 오류가 잦아서 더 이상 영상 매체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아크릴로 바꾸면 콘텐츠를 자주 바꿀 수 있어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더 적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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