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꼬집고 때리고 구토는 막고… 또 불거진 아동학대 그림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찰. 연합뉴스 경찰. 연합뉴스

부산 동래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만 1세 아동 4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보육교사는 꼬집거나 깨무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학대한 뒤 우는 장면을 촬영하는 등 정서적·신체적 학대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보육교사인 30대 A 씨와 20대 B 씨, 원장인 50대 C 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동래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며 담당 아동 4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C 씨는 어린이집 원장으로 어린이집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와 B 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약 2달간 피해 아동들을 학대하고 이를 영상으로 찍는 등 학대 행위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당시 만 1세인 피해 아동의 귀를 깨물거나 발을 꼬집고, 엉덩이를 때리는 등 신체적으로 학대했고, 식사 시간에는 억지로 밥을 먹이다가 아이가 구토하려 하자 턱을 들어 올려 구토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지속적으로 피해 아동을 괴롭힌 정황이 드러났다. 또 잠을 자려 하는 아이를 깨우거나 우는 아이의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는 “교사들은 아이를 괴롭힌 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영상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등 악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경찰조사 과정에서 담당 경찰이 학대 행위가 100건이 넘는 것 같다고 말했고, CCTV를 8시간가량 지켜봐야 할 정도로 아이를 학대하는 행동이 끝없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대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는 지난해 10월 A 씨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고, 관할 구청인 동래구청은 해당 어린이집 CCTV 등을 토대로 진상 조사를 벌여 피해 아동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11월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신고 통보를 받은 후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의 CCTV를 분석했다”면서 “진상 조사 결과 A 씨 이외에 B 씨도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특별히 언급할만한 입장이 없다는 뜻을 내놨다. A 씨와 B 씨는 사건 이후 동래구청의 징계처분을 앞두고 면피성 사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경찰 조사중인 사안이라 지금 단계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 학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어린이집 원장 등이 관리책임을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는 “어린이집 CCTV 영상에 학대 정황이 반복해서 나타나는데도 어린이집 원장 등 책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관리책임을 인정한다면 저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어린이집을 계속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